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조심스러운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 순정만화^^

gowooni1 2008. 12. 3. 00:33

강풀의 '순정만화'가 다음Daum에 연재되고 있을때 나는 아직 대학생이었고, 친구의 권유로 처음 스크롤 만화를 접하게 되었다. 만화는 만화책으로 봐야 제 맛이지!라는 생각에서 처음 벗어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만화도 다른 매체를 통해 전파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확고히 하게 만든 만화이기도 하다. 그만큼 강풀의 순정만화는 재미있었고, 별로 대사도 없는데 캐릭터들끼리 오가는 감정의 묘한 교류가 은은하게 마음속에 스며들어서 감동을 주었다. 그래도 한가지 삐딱한 시선을 놓치지 못했던 건, 제목이었다. '촌스럽게 제목이 뭐 이래?'라면서 재밌게 읽었으니 실은 할말이 없어야 정상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반드시 개봉일에 맞춰보겠다는 다짐을 하였지만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여 겨우 개봉한지 4일이나 지나고 나서야 보게되었다.

 속았다! 원작의 배경은 겨울이고, 저 포스터 한 가운데 써 있는 말, '올 겨울도 혼자 보낼 건가요?'라는 말 때문에 겨울 배경을 기대했는데, 영화 속 배경은 여름이다. 저 포스터 사진도 사람을 속이는 구석이 있다. 영화와는 다르게 옷을 전부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찍었으니.

 그런데 이 사진이 메인 포스터로 나왔으면 조금 웃기기도 할 뻔했다. 옷은 전부 여름인데 밑에 써있는 말은 '11월엔 용기를 내자'라니, 너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차라리 속았다는 감이 있어도 저 위의 메인 포스터가 나은 것 같다.

 원작과 정 반대의 계절적 배경 덕분에 아이템도 살짝 바뀐다. 4명이서 공동으로 메고 있었던 파란 목도리는 여름의 배경속에서 파랑 땡떙이 우산으로 바뀌어버렸다.

 솔직히, 강풀만큼 인물의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만화가가 그리 흔하진 않을 것이다. 조금 예쁘거나 멋있게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는 않을까? 잠깐 궁금해진다. 그러나 뭐 그것 역시 강풀 만화의 매력이기 때문에 괜찮다. 만화보다 영화가 훨씬 예쁘다고 여겨지는 여러 이유중 하나는, 역시 배우들이 비쥬얼적으로 멋있고, 귀엽고, 예쁘기 때문이다.^^ 연우의 유지태는 어리버리한 서른살 남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29살의 조금 비호감이었던 하경은 채정안의 외모로 급호감으로 바뀌어버렸다. 강인과 이연희도 톡톡 튀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어서, 만화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어딘가 못마땅하고 뚱한 표정의 여고생 한수영. 그러나 이런 여고생도 사랑을 하게 되면 얼굴도 고와지고, 말씨도 좀 더 여성스럽고 조심스러워진다. ㅎㅎ

 어리버리하고 서른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순진함과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남자 김연우. 나는 유지태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동감에서는 좋아했지만, 올드보이에서는 극도로 싫어져버렸고, 다시 순정만화를 통해 좋아하게 되어버렸으니, 나는 약간 줏대가 없을지도.

 김연우의 동사무소에서 공익으로 일하는 강숙. 이 여자같은 이름덕분에 여고생들의 놀림감이 된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만, 속마음과는 어울릴지도. 이 전철역에서 권하경을 처음보고 한눈에 반해버린다. 나는 무엇보다 이 캐릭터의 무모함에 반해버렸는데, 이 매력은 어떤 대사에서 최고로 잘 표현되는 것 같다.

권하경 : 나 좋아하지마, 상처줄거야.

강   숙 : 좋아할거야, 그리고 상처주려면 줘라, 아파도 내가 아프지 니가 아프냐?

완전 멋지지 않은가? ㅎㅎㅎ

 하경과 처음으로 친해지기 시작하는 선술집.

 

 죽은 옛 애인을 잊지 못하고 그의 주변을 서성이는 하경은, 점점 숙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원작에서, 목도리 파는 장수로 자기 자신을 등장시켰던 강도영은 이 영화에서 아예 까메오로 출연했다. 목도리 대신 등장한 우산장수로. ㅎㅎㅎ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개인적으로 강풀이라는 이 만화가가, 26년이나 이웃사람, 아파트 같은 우울한 기분의 만화보다는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감동을 주는 만화만 많이 그려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내 이기적인 바람이고 이 사람이 어떤 종류의 작품을 그리건 그건 내 소관은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항상 강풀의 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