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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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냉정하게 그리고 냉소적으로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단 한번도 실업률이 문제되지 않았던 때를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사상 최대의 실업률이라는 소리만 듣고 살아왔으므로 이제 신문에서 그런 기사를 보아도 덤덤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유는 그런 현실에 어느정도 내성이 길러졌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인구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증가율뿐이고 실질적으로 인구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자리는 인구 수만큼 증가한 적이 없다. 그러니 언제나 잉여 인력 증가율도 오를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그런 인구 증가율에 맞춰 일자리를 제때 창출해내지 못하는 국가도 사회복지국가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상적인 국가 체제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 적어도 사상 최소의 실업률을 달성하는 정부가-물론 민주적인 체제 아래-생겨나게 된다면 그런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꿈꾸어봐도 괜찮겠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이상적인 케이스고 눈을 뜨면 엄연한 현실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시간을 까먹기보다는 그런 시간에 돈이 아닌 다른 수입을 창출해내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이다.
수입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이다. 하루 중 8시간을 조직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인력을 빌려줌으로써 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는 수입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돈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일, 가령 지식을 쌓는다던가 특별한 경험을 하여 마음속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것 역시 수입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이 바로 그것이다. 보편적으로 가시적인 수입이 좀 더 확실하게 챙길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므로,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을 수입이라고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이것이 더 진정한 수입일지도 모른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의 가치는 자신이 스스로 쟁취하지 않는 이상 절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의 대표적인 것은 지식이다. 지식이나 지혜는 무척 정직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식으로 획득할 수 있는 성질이 못된다. 그것에 투자한 시간만큼 돌아오는 수입이므로 스스로도 속일 수 없다. 그러니 아직 젊어서 시간이 많고,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다면 이 시간을 정직하게 지식을 쌓는데 투자해보는 것도 매우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취직을 하고 가족이 생기고 반드시 돈을 벌어와야만 하는 상황에 닥치면 지식을 쌓는데 무한한 시간을 들이고 싶어도 그땐 이미 힘들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가 앞으로 불어닥칠 제4의 물결이 지식이라고 하였는데, 굳이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그 물결을 감지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경제구조가 형성될 것이고 우리는 그런 미래 사회에 경쟁력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지식을 사랑하고 축적하여야 한다. 어린 시절 쌓았던 지식이 최고인 줄로만 알고 한 평생 그 얄팍한 밑천에서 꼬챙이 빼먹듯 살아가는 삶을 살기에는 이미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다.
지식으로 부를 창출한다는 것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상을 알고나면 별 것 아니다. 미래를 선도할 지적인 삶이란 이미 고대 동서고금의 철학자나 여러 사상가들이 살아온 삶이다. 우리 시대 사람들이 학원을 세워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옛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웠던 아카데미와 별반 다를것도 없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법률가와 사상가, 교사와 의사처럼 지식으로 밥벌이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적인 삶에 경외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을 또 자세히 살펴보면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첫째로 지식을 수단으로 하여 돈을 버는 사람인데 의사나 법률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은 상당한 시간을 전문지식 축적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지식을 쌓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쌓은 지식을 이용하여 사는 것이 목적이다. 그 지식들을 이용하여 명예를 쌓든 부를 창출하든 또는 진정 어려운 사람을 돕든지 말이다.
두번째로는 지식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것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자기 내부에 지식과 지혜를 쌓는 삶 자체를 즐긴다. 그런 사람들은 사상가나 철학가, 작가들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지식을 이용하여 경제적 활동을 한다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런 직업들을 마땅하게 찾아보기도 어렵다. 대신 지식을 사랑하여 자신의 많은 시간을 책을 읽고 공부하는데 쏟아붓는 사람들이면 전부 그런 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필립 해머튼의 '지적 즐거움'은 이 두번째 사람들, 즉 지식 자체를 목적으로 보고 지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진정으로 지적인 삶을 산 저자가 생의 여러 방면에서 지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고 썼으므로 남자, 여자, 가난한 학생, 유복한 학생, 작가, 운동부족인 사람 등등 모두 이 책에서 지적인 삶을 살기 위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노하우라고 치부하기에는 저자의 철학이 너무나 명료하고 진리처럼 여겨지므로, 두고두고 보기에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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