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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의 성경-The Art of Worldly Wisdom : 발타자르 그라시안

gowooni1 2009. 2. 4. 19:59

 

 

 

살아가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  역자 김석종  
출판사 정음   발간일 2005.05.20
책소개 360여 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정신적 지침이 된 최고의 지혜서. 이 책은 스페인의 유명한 철학자 ...

성선설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아직 세상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믿을만 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여 항상 그 아름답고 깨끗한 마음을 간직하기를 기도해주고 싶다. 그런 사람이라면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The Art of Worldly Wisdom 을 읽어봤자 감명깊게 읽거나, 큰 지혜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그런 처세술 도서의 하나로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라시안의 대표적 처세술인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지혜로 가득차있는 좋은 책이지만, 어찌보면 일종의 경고적 아포리즘을 모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인간은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며 살아야하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유지해야할 거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대표적인 경구라면,

 

행복한 자를 알아 그를 붙들고 불행한 자를 알아 그를 피하라. 불행은 대개 우둔함에 대한 벌이고, 그에 가세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전염성이 짙은 병은 없다. 아무리 작은 재앙에도 틈을 보이면 결코 안된다. 만일 그러면 그 뒤로 곧 더 큰 재앙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말할 때 자신을 조심하라. 경쟁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경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신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디 말을 내뱉기 전에 시간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이미 쏟은 말을 돌이킬 시간은 없다. 말할 때는 유언을 하듯 하라. 말수가 적을수록 다툴 일도 적다. 비밀스런 것은 항상 신의 체취 같은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말할 때 경솔한 자는 결국 승복당하고 만다.

 

평상시에 허물없는 교제를 피하라. 신뢰를 쏟아 부으면 곧 탁월함을 잃고 만다. 자신의 완벽함을 남에게 주면 자신에 대한 공경마저 빼앗긴다. 별은 우리보다 높은 곳이 떠 있기 때문에 그 찬란힘을 유지하듯. 신적은 것은 경외심을 낳는다. 붙임성은 경멸의 길을 터 준다. 세상사가 그렇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일수록 이를 경시한다. 많이 있음을 공공연히 알리는 것도 완벽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보다 높은 자를 믿지 마라. 이는 위험하다. 자기보다 낮은 자를 믿지 마라. 이는 볼품없다. 그들에게 호의를 보이면 그들은 이를 우리의 의무로 오해한다. 큰 붙임성은 비천함과 닮은 것이다.

 

그러나 계속 이런 타인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만 담고 있지는 않다. 거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수양에 관한 잠언들이며,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할 때 상기하면 좋은 구절들이 더 많다.

 

자기 완성에 도달하라. 완전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매일같이 사람은 인격을 닦고 소명(召命)을 다해야 한다. 모든 능력이 완벽하게 발휘되고, 뛰어난 성품이 다 발전하여 자기 완성에 도달할 때까지. 고상한 취미가 생기고, 생각이 맑아지고, 판단이 성숙해지고, 의지가 순수해질 때 그 완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라. 분별있는 사람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다독(多讀)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또 시대에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걸맞는 지식을 갖춘다. 그러나 평범한 방법이 아닌 비범한 방법으로 한다. 현명한 자들은 적절한 때에 쓰기 위해 기지와 지혜를 혀에 비축한다. 좋은 충고는 때로 진지한 교훈이 아닌 재치있는 말로 더 잘 나타낼 수 있으므로. 그리고 때로는 상식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그 학문이 아무리 자유의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지라도.

 

절대 냉정을 잃지 마라. 이는 자신을 격분시키지 않는 훌륭한 지혜이다. 그럴 줄 아는 사람은 위대한 마음을 지닌 온전한 인간이다. 모든 위대한 것은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완전한 주인이 되고 위대해져서 어떤 행운, 어떤 불행에서도 격분하는 허점을 보이지 마라. 오히려 그런 것을 초월한 것처럼 보여 남들의 경탄을 불러 일으키라.

 

아직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대학시절에는 별 감흥없이 읽었으나,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보고 나서야 그라시안의 책이 주옥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때 읽었던 책은,

 

 

이 책이다. 그래서 같은 책인줄도 몰랐는데,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원제가 같다. 원래 좋은 고전은 여러가지로 번역되어 나오는 법이니까. 어떤 책을 읽든 그라시안의 귀중한 정신을 느낄수 있다. 자신의 구미에 맞게 번역되거나 디자인 된 책을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