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다소 비난 받더라도,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것이 우리의 임무.

gowooni1 2009. 2. 27. 20:24

 

 

 

개밥바라기별

저자 황석영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08.08.01
책소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석영의 자전적 성장소설『개밥바라기별...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 표지를 넘기면 앞날개에 그의 사진과 프로필이 간략히 적혀 있다. 사진속의 저자는 검은 반팔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맨발로 앉아 있다. 옷차림과 얼굴 구도 덕분인지, 그는별로 1943년생 처럼 보이지 않는다. 약 5~6년 전, 황석영의 삼국지 출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하여 그를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때에 비하여 더욱 젊어진 느낌이다. 개밥바라기별은 저자의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몇 년 동안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작품을 그려내다보니 저자도 모르게 조금은 젊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볼수도 있겠다.

 

그의 프로필 아래 적혀 있는 구절은 소설 끝에 있는 프롤로그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따로 추출해낼만큼 명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황석영이 [개밥바라기 별]전체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것 같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짜릿한 느낌이 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라면 현재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사람이다.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면서 허전함이 깃드는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며 살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되는 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스스로 인간이 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여전히 자의식이 강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의식, 자아가 강한편이 훨씬 자존감도 커지고 스스로를 아낀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 여겼다. 자의식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흐리멍덩한 사람이라고 여겨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이 자의식 때문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자의식은 참으로 별볼일 없는 것일거였고, 진정한 자신이 되려면 쓸데없이 자의식만 키우는 일은 삼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직 마음수련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자의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것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방해하는 주main장애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평가할까, 혹시 날 싫어하지는 않을까' 부터 시작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데 네까짓게, 네가 뭔데 감히 나를' 로까지 치닫게 만드는 자의식은 결국 나를 위한 삶보다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삶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섣부른 판단은 내리고 싶지 않다. 사람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그럴듯한 삶'이 진정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른만큼 그런 사람들의 삶의 목적에도 이유가 분명할 것이고, 고로 존중해줘야 한다. 다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런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자의식을 버리고 싶어할 뿐이다.

 

조조는 '내가 버릴 지언정, 버림받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살았지만, 나는 '내가 버림받을 지언정, 버리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더 끌리는 편이다. 이 개념을 비난에도 적용시켜 보자면,

조조의 想 : 내가 비난할 지언정, 비난 받지는 않으리.

  易 發 想 : 내가 비난받을 지언정, 비난하지는 않으리.

 

비난받을게 두려워서, 하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억지로 이어가는 사람이 많다. 원하지도 않는 대학의, 원하지도 않는 과를 선택(대개 밥벌이가 된다는 이유)하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쌓여가는 불만은 남을 비난하면서 풀게 마련이다. 비난받기 싫어 자신을 포기한 채 다른 외부적인 것을 비난하는 삶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가. 그보다는 차라리 비난 받는 사람이 되는 편이 낫겠다. 비난을 좀 받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며 사는게 생산적이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살면서 (자기밖에 모른다고)비난 받는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면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불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 중에는, '이 일이 아니더라도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다'와, '어떤 일이든 일이란 것이 다 똑같고 힘든거지, 다른 일 한다고 해서 안 힘들것 같아?' 인데, 이 중 후자는 어느 정도 맞기는 하다. 하지만 하고 싶지도 않은 일 하면서 힘들기만 하고 외부적인 보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힘들지만 내부적 보상으로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옳고 그름은 각자가 가진 가치의 우선순위에 의거하여 판단할 일이다. 돈인지, 자신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