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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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를 읽었다. 초등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과연 그때 무엇을 얼마나 이해하며 읽었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장 자끄 상페의 삽화에 이끌려 봤을 것이다. 그가 그린 독일의 아름다운 풍경이 무척이나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서, 그가 그린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곳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92년에 처음 번역된 1쇄의 표지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살인자의 이야기를 담은 '향수'로 유명한 '패트릭 쥐스킨트'의 저서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좀머 씨 이야기'를 읽었던 그때는 '향수'가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때였다. 물론 저자도 유명인사까지는 못 되던 시기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어, 이 책이 그 저자의 것이었어?'라는 감탄도 덤으로 하였다.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
사람들 각자가 빛날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들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949년생이다. 전후의 쓸쓸한 독일에서 자랐고, 그 기억의 일부를 아름답게 엮어내었다. 그러나 그다지 아름답다고 할 수만은 없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아픔을 보듬으며 서로 아웅다웅 살았기 때문이다. 미완성된 인격으로 주인공에게 생채기를 내준 풍켈 선생, 그리고 그녀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자살하러 나무위로 올라간 주인공, 나무에서 떨어지려던 순간 그 밑에 와서 언제나처럼 불안해 하며 이곳 저곳을 서성이던 좀머씨. 이들은 전부 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이지만 그래도 꿋꿋이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좀머 씨는 폐쇄공포증 환자로, 잠시도 실내에 갇혀 있지 못하는 인물이다. 뭔가에 쫓기듯 항상 마을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불안에 잠시도 쉬지 못한다. 좀머 씨는 이 책의 제목에 언급될 만큼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가 살았던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단지 마을의 풍경의 일부가 될 뿐이다. 그곳에 그 나무가 있었지, 그 장소에 멋진 호수가 있었지, 와 같은 뉘앙스로, 그곳에 좀머 씨가 있었지, 정도의 존재만을 보여준다.
글쎄, 좀머 씨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까? 세계대전 시대 사람인 좀머 씨는 뭔가 정신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닐까. 그래도 그는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끊임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돌아다녔다. 폐쇄공포증의 좀머 씨에게는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그가 쉼없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삶의 방법이고 존재의 확신이었다. 항상 걸어다녔던 좀머 씨는 그같은 방법으로 호수 가운데로 향했을 뿐이고,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마감함으로써 쉴 수 있게 되었다.
영어판 좀머씨 이야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호두나무 지팡이를 들고 걸어다녔던 좀머 씨. 저자는 이 좀머 씨처럼 조금은 음침하고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인물인 듯하다. 좀머 씨의 입을 빌려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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