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루쉰 문학의 백미 - 아Q정전

gowooni1 2009. 1. 27. 10:49

 

 

 

아Q정전(BESTSELLERWORLDBOOK 67)

저자 노신  역자 조성하  
출판사 소담출판사   발간일 2000.08.01
책소개 중국의 고리끼로 불리우는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노신의 대표작품. 주인공 아Q를 통해 신해혁명이라...

얼마 남지 않은 고古문학들이 높은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단연 그 시대의 가치관과 생활상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이 이런 문학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썼는지 아닌지는 뒤로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근래들어 장르와 형식을 막론하고 쏟아지는 소설들 중에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후대 들어 이런 '문학적 가치'를 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루쉰(1881년 9월 25일~1936년 10월 19일)

 

루쉰(1881~1936)은 처음부터 문학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작가가 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어릴적에는 부유했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빈곤까지 경험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 문학의 길을 선택했다. 한때는 일본으로 유학가서 의학을 공부하기까지 하였으나 자신의 민족(중국인)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정신의 개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정신을 개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비교적 뒤늦은 나이에 시작한 작가의 길이었으니, 데뷔도 늦다. 1918년에, 그러니까 그의 나이 37세, [신청년]에 그의 처녀작 '광인일기狂人日記'를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잡는다. 그 이후로 발표하는 작품들을 통해 그는 점점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다. 루쉰은 필명이다. 그의 본명은 저우수런(중국어간체: 周树人, 정체: 周樹人, 병음: Zhōu Shùrén)으로, 자는 예재(豫才)이다.

 

'광인일기'는 중국에서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을만큼 그 당시에 있어서 매우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루쉰의 작품을 하나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의 작품은 덤덤하지만 날카롭다. 감정을 배제하고 필요한 문장들로만 구성된 소설에서는 우매한 중국인의 실상이 그대로 공개된다. 그리고 '우매한 중국인'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아큐정전이다.

 

'아큐정전'은 루쉰의 작품중 유일한 중편소설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문학이다. 저자는 아Q(아큐; 아퀘이)를 통해서 중국인의 자기기만성과 우매함, 순박함과 비도덕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큐는 허풍쟁이이고 자존심이 세며 남들에게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하지만, 모든 이들이 무시하는 중국인 최하층에 속하는 날품팔이 일꾼이다. 모든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여도 자기만의 '정신승리법'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다시 자존감을 회복한다. 아마 루쉰이 중국인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은 이 '정신승리법'일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중국인들은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줄 알았던 '정신승리법의 생각 메커니즘'이 실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이 때문에 계몽하지 않은 중국인의 단체적 우매함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 특이한 생각 메커니즘은 '광인일기'에서도 매우 자세히 드러난다. 말 그대로 광인狂人이 쓴 일기인 만큼 자신의 생각 전개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이를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저마다 자기 마음속에 어느정도는 지니고 있는 이 '피해망상적 생각법' 즉, 내 안에 내재한 광인의 모습에서 뜨끔할 수 있다.

 

아큐정전을 보고 프랑스의 로맹 롤랑은 '애처로운 아Q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할만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큐는 애처롭다. 그건 아큐가 애처로운게 아니라 우매한 중국인의 애처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루쉰은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한 적은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그의 중국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어린 사랑은 말년의 루쉰을 '중국의 고리끼'라고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100년이나 된 작품이지만 시대에 뒤지지 않는 깔끔한 문체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질리지 않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