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삼국지를 읽어 좋은 점- 삼국지 벌써 7권 째.

gowooni1 2009. 1. 14. 01:06

 

 

 

삼국지. 7

저자 나관중  역자 이문열 평역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2.03.05
책소개 단순한 재미나 흥미 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 주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

'삼국지 읽기'가 왠지 의무가 된 듯하여 참 읽기 싫은 적이 있었다. 1권만 여러 번 반복하여 읽다가 마음 가다듬고 읽기 시작하니 이제 벌써 7권째이다. 10권이라는 두께의 압박이, 지금 와서는 아껴 읽고 싶어질 정도다. 남은 권수는 3권. 이 3권 안에서 유비도 죽고 조조도 죽고 제갈량도 다 죽겠지.(내용은 잘 모르지만 다 죽는다고 들었다. 하긴 1800 여년전의 실존 인물들이니 당연히 죽었을테지) 나관중의 한없이 미화시킨 제갈공명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는데, 빨리 읽어버려 주인공들의 죽음을 봐야하는 것이 왠지 서글퍼졌다. 나도 모르게 이 주인공들에게 정이 들었나보다.

 

1권을 막 읽을때는, 사람 목숨을 개미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 시대의 배경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누가 나가 몇 합을 겨누더니 곧 두동강이 나 말 아래로 떨어졌다' 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언급되어서, 그렇잖아도 상상력이 풍부한 나는 삼국지에서 죽는 사람들의 모습이 꿈 속에서라도 나타날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7권 쯤 읽다보니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무렇지도 않으면 삼국지를 끝까지 읽기는 힘들 것이다. 어쨌든 이런 서술들의 장점을 하나 발견했다.

 

하루는 무척이나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 원인이었다) 기분전환이나 할 겸 삼국지를 펼쳐들었다. 어김없이 사람 목숨은 부질없이 죽어나가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지다니. 내 기분이 좋아진 신경 메커니즘은 이러했다. 사람 죽고 사는 문제는 이 긴 인류의 역사, 우주의 역사로 봤을 때 잠깐 반짝이고 마는 종류의 것임이 확실한데, 고작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 나빠하던 나 자신이 무척이나 좀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기엔 내 인생도 잠깐 반짝이는 별빛에 지나지 않는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마음 상하지 말자고 항상 다짐은 했지만 이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느낌이 바로 나만의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이제는 사소한 일에 신경쓰는 일은 주의해서 삼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얻게 되는 일상에서의 유익함 하나. 이전의 나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상대방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반드시 화를 냈다. '너 때문에 화가 났으니 너도 이런 내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낸 화인데, 그런 화를 받게 된 입장에서는(아무리 자신이 화를 초래했더라도) 덩달아 기분나빠지고 자기옹호하기에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삼국지를 읽고, 유비의 인품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럴 때 유비라면 어떻게 할까?' 유비라면 그 무한한 자애로움으로 자신의 화를 상대에게 전달하지 않을 것이다. 그 특유의 인仁을 이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잘못을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들게 할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함께 화를 내지 않는다는 일 자체도 수행이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들게 만들어 진정한 조화로움과 화해를 이끌어 내는 일이야말로 보다 발전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딱 한 번 이런 일을 성공시켰는데, 막상 화가 났을 때 말을 삼가는 것은 무척 힘들었지만 조금 후에 생각하니 이런식으로 화를 조절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삼국지를 읽고 있는 중이라 금방 유비의 메커니즘을 따라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 해봤으니 잊지 말고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용기는 용기있는 행동을 해봐야 생기고, 덕은 덕이 있는 행동을 해봐야 생기는 것이니, 현명한 감정처리법 역시 한 번 해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7권의 주 내용은, 유비는 이제 드디어 서천 땅을 차지하여 조조, 손권과 함께 위, 촉, 오, 삼국三國의 형세를 갖추었다는 내용이다. 음, 내용 이야기를 쓰기 싫어하는 특성상 이런 개략적인 이야기 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