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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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흔히 70%의 진실과 30%의 허구라고 하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진실과 허구를 가리고 싶어진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의 어디까지가 진짜 역사에 존재했던 사건인지, 얼마만큼이 나관중의 상상력에 의해 꾸며진 이야긴지 알고 싶다.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에는 역자가 알고 있는 만큼의 역사와 진실을 가려주기 때문에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 읽다보면 중간중간 역자가 튀어나와서, 사실 이 부분은 거의 거짓이다, 어디까지가 역사와 일치한다, 라고 알려주어서 나관중이 과장시켜놓은 이야기를 다시 진정시켜준다. 그러나 이문열이라는 평역자도 사람이라 은연중 그의 주관적인 생각관에 독자는 또 한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삼국지를 읽을 때에는 원저자와 역자 두 명의 생각관을 동시에 고려해서 읽으면 그래도 보다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저자의 생각에 태클을 걸고 싶어하는 편은 아니고, 그냥 그 작품에 몰입되는대로 푹 빠져서 읽는게 더 좋다. 나관중이 조조를 깎아 내리고, 제갈량을 한없이 과장시켜 놓은 것도 사실 상관없다. 6권에서는 저자의 상상력이 아낌없이 드러나서 독자를 흡인시키는데, 허구성이 짙은만큼 재미있다. 적절한 위기와 절정이 오묘히 섞여있어 읽는이로 하여금 한편의 중국 대하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여기 저기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그게 또 얽히고 설켜서 사건이 더욱 흥미진진해지는것이 6권이다. 6권의 메인 디쉬는 단연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적벽대전이라는 메인 디쉬가 나오기 위해 조조, 제갈량, 방통, 주유, 황개, 노숙이라는 재료가 준비되고, 사항계, 고육계, 연환계 등등 여러 에피타이저가 마련되어 있다. 주유와 제갈량의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 또 그들과 조조라는 당대 최고인물의 계책 싸움 또한 압권이다. 친유비파인 나관중이 지나치게 오버하는 바람에 제갈량은 신神격화 되고, 주유는 제갈량이라는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영원한 이二인자로 그려지며,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그 이상 비참할 수 없을 것 같은 패敗를 당한다. 평역자가 살짝 귀뜸해주기를, 조조의 연환계는 적군의 계책에 휘말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안해낸 계책일 뿐이며, 주유 스스로 생각해 낸 계책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팔이 안쪽으로 굽는 시각에 의해 전부 제갈량에게 유리한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나관중의 아낌없는 애정에 의해 제갈공명은 당대 최고의 브레인으로 자리잡는다. 이것이 결코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제갈량을 더욱 멋있게 만들어 주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어떤 이야기에건, 절대적으로 매력적이어서 그 인물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는 재미도 독자를 흡인하는데 무시못할 요소 중 하나다.
당대 최고의 브레인 제갈량을 얻은 것으로 시작해,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유비는(사실 한 것도 없이 아랫 사람을 잘 둬서 득을 보는 우두머리의 전형이다) 드디서 형주를 손에 넣는다. 유표가 죽었을 때 그냥 물려 받았으면 되었을 것을 참 돌아왔다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적절한 '때'인 것도 같다. 불쌍한 이인자로 그려진 주유는 결국 '이미 주랑을 낳았거든 공명은 왜 또 낳으셨단 말인가' 라고 하늘을 원망하며 죽음을 맞이하는데, 호시탐탐 제갈량을 죽이려고 할때는 참 밉더니 미운정이 쌓였는지 그가 죽을 때 아쉬운 감정도 든다. 탄탄히 세력을 확장시켜가는 유비를 조조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정벌해 보려고 하나, 서량의 또 다른 세력이 신경도 쓰지 못한 사이에 부쩍 커버려서 조조는 아래 위로 다 신경써야하니 그 또한 마음이 무거운 나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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