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관우도 죽고, 조조도 죽고. 시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구나-삼국지 8

gowooni1 2009. 1. 25. 00:10

 

 

 

삼국지. 8

저자 나관중  역자 이문열 평역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2.03.05
책소개 단순한 재미나 흥미 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 주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

지난 번, 삼국지 7을 읽고 나서 올린 리뷰에 이런 말을 했다.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앞으로 3권 밖에 남지 않아서 아쉽다고, 아껴봐야겠다고 말이다. 7권을 읽을 때까지는 삼국지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큰 주인공들이 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3권에서 모두 죽는다는 소린데 그럼 더욱 안타까울 것이었다. 다행히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삼국지는 적어도 3번은 읽어야 대접받는다면서 앞으로 23권이나 남았으니 걱정말고 읽어 나가라는 거였다. 이런 재치있는 역발상에 힘입어 8권을 집어들었다.

 

6권 적벽대전부터 박진감 넘치기 시작하더니 사건 전개가 너무 빠르다. 한 장만 정신 놓고 읽다가는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앞 장을 다시 들추어봐야 한다. 8권은 특히 스토리의 중독성이 더욱 심해서 지금까지 읽은 낱권중 가장 빨리, 단숨에 읽어내렸다. 나의 기우는 들어맞았다. 8권 안에서만 관우, 장비, 조조, 황충이 전부 죽어버린 탓이다.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는 나관중이 쓴 본서와는 입장이 다르다. 가능한 한 정사와 비교하면서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나관중이 지나치게 촉한정통론적인 입장인지라, 평역자는 본의 아니게 유비 일당을 깎아내리고 조조를 치켜세우는 입장이 된다. 그런 평역자의 입장에 영향을 받다보니 관우나 장비가 죽었을 때보다 조조가 죽었을 때 허망함을 느꼈다. 평역자 왈, 독자들이 삼국지를 볼 때 3번 책을 집어 던진다는데 첫번째가 관공이 죽었을 때이고, 둘째가 유현덕이 죽었을 때며, 세번째가 제갈공명이 죽었을 때라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관공의 허망한 죽음에 덤덤하다.

 

관우는 극에 달한 자부심과 절개가 원인이 되어 죽었고, 장비는 평소의 업보(술 마시면 사람들의 원한을 살만큼 때려 죽이는 포악함)가 원인이 되어 목숨을 잃는다. 그 둘에 비하면 조조는 그야말로 천수를 누린 셈이다. 전쟁터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66세의 나이로 머리가 아픈 병을 얻은지 얼마 안되어 누운 채로 생을 마쳤으니 말이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결코 많지 않은 나이지만, 시대가 시대였고 윗 자리에 앉아 감당했을 스트레스를 고려해본다면 그래도 양호한 죽음이라고 판단된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위치가 달라지면서 성격이나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비와 관우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꽤나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한중왕을 뛰어넘어 제왕을 칭하는 유비에게서는 예전만큼 너그러움이나 인의를 찾아볼 수 없고, 관우도 자부심이 병이다 싶을만큼 지나쳐서 죽음을 재촉했다. 차라리 장비나 조조처럼 처음부터 인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물들로 그려졌더라면 아쉬움을 덜할 수 있었을텐데.

 

P.S  우리나라는 중국의 침략을 여러차례 받았고 그럴때마다 문화적, 종교적으로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고려시대인가, 조선시대 즈음에 또 한차례의 침략과 더불어 관우를 신으로 모시는 민간종교가 들어왔다고 한다. 참 별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관우는 생전부터(서기 200년대 경) 그 드높은 절개와 자부심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신神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융통성은 없는 성격이었지만, 추구하는 것이 일관적이었던 그의 삶은 고금을 막론하고 민간인들의 존경심을 받을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