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력이 일반화 되었기 때문에, 음력으로 치는 구정은 한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기분이 덜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은 엄연히! 음력으로 2008년의 마지막 날이다. 세어보니 2008년 12월 30일이다.(음력으로는 31일까지는 없는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그리하여, 송구영신할 마음으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는데 문자 한통이 왔다.
[대통령실입니다. 잠시 후 대통령 신년인사 발송예정 입니다.]
살짝 놀랐다. 대통령실이라니. 아무래도 몇 달 전 청와대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전화번호로 문자를 돌리는 모양이다. 청와대에 회원가입한 것도 처음이고 대통령실에서 문자를 받은것도 처음이라 사뭇 기대되었다.
그건 그렇고, 꽤 기다렸는데에도 뭔가 오지는 않는다. 안오려나보다, 하고 있는데 2시간 후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문자를 발송한 번호와 같은 번호다. 두근 두근 기대하며 전화를 받았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이명박입니다....]
이미 녹음해 놓은 걸로 전화 걸어주는 모양인데 음질이 꽤 괜찮아서 마치 직접 통화를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마터면 '네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할 뻔했다^^;)
신기하기는 했으나 이어지는 내용은 사실 특별한 것 없는 새해인사였다. 지난 한 해 모두 힘들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웃는 얼굴로 힘차게 다시 시작하자는 내용이었다. 1분이 조금 넘는 짧고 간결하며 지극히 형식적인 메시지. 이렇게까지 하는 대통령이 아니, 정부가 참 (이런 말 해도 되려나?) 안쓰럽기도 했다. 국민들로부터 잃은 신용을 더는 잃지 않으려는 노력 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난 정치에 대해서는 정말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비평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만약, 내가 현재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떤식으로 대응을 할수 있을까, 하고. 그러다 보면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평은 하지 않는대로 아쉬운 점은 좀 있다. 자질구레한 아쉬움 말고 가장 아쉬운 점 하나는 아직 대한민국에는 후대에 존경받고 위인이라 칭할만한 대통령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링컨이 있고, 영국에는 처칠(수상이긴 하지만)이 있는데. 아직 건국의 역사도 짧고,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생각해보니,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리더는 위기중에 나왔다. 위로 예를 든 링컨이나 처칠이 그렇고, 간디, 마틴 루터 킹, 조조, 유비, (왜 우리 나라 사람 중에는 기억이 안나지? -.-;) 모두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사람들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준 사람들이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경제 위기이고(그것도 유례없다고 하는 대경제위기)하니 한번 '위인의 출현'을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 절망에 빠져 죽으란 법도 없다. 언제나처럼 실망으로 쓰러지고 좌절하더라도, 기대를 해보겠다. 오바마에게나, 대통령에게나, 아니면 샛별처럼 나타날 '그 누군가'에게나.
짧은 문자 한통, 전화 한통이, 생각을 전 세계로 뻗게 만드는 하루였다. 이건 그야말로 나비효과다. ^^;
참, 5년 전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문자를 돌렸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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