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카쉬 인물展 : 한가람 미술관

gowooni1 2009. 4. 17. 00:16

 세계 거장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유섭 카쉬의 인물 사진전을 딱히 손꼽아 기다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왠만큼 유명한 사람들의 초상사진이라 해도 별로 끌리진 않았을 것이다. 오직 내가 "꼭" 만나야 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그의 튀어나올 듯 한 생생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 없을지도 모르므로 반드시 가야만 했다. 놓치면 영영 그를 실제로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조지 버나드 쇼, 1943

그는 바로 조지 버나드 쇼! 94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자신의 묘비명까지 직접 남기고 간 그의 이 해학적인 표정을 꼭 보고 싶었다. 이 표정은 '내 말을 이해하겠나?'라는 뉘앙슨데 그의 눈에서 참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버나드 쇼 내면을 그대로 표현하는 얼굴이 되었다. 인물사진의 거장답게 카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버나드쇼의 묘비명은 내 삶의 좌우명.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유섭 카쉬, 셀프 포트레이트.

 이 사람이 바로 카쉬전의 유섭 카쉬. 흑해 연안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태어났지만 박해를 피해 캐나다로 망명하여 사진관을 운영하는 숙부에게 사진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이 그를 만들었다. 그도 버나드 쇼만큼 오래 살았다. 1910년 태어나 2002년 94세의 나이로 엄청난 량의 사진들을 남겼다.

윈스턴 처칠, 1941

 자기한테 말도 없이 사진찍으러 온 주제에 겁도 없이 시가를 뺏고 사진을 찍어버려 호랑이처럼 화가 난 처칠! 카쉬는 이 와중에도 셔터를 눌렀다. 거장 앞에서 기가 죽었어도 프로페셔널의 기질이 살아있는 카쉬 아닌가. 이런 카쉬에게 처칠도 결국 마음이 풀어져서 "당신이라면 으르렁 거리는 사자도 얌전히 만들수 있겠네."라고 말하면서 풀어진 얼굴로 한 방의 사진을 더 찍도록 했다. 그 덕에 이 사진은 으르렁 거리는 사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당시 잡지의 표지에 실리곤 했다고 한다. 

 <얼굴이 풀어져 버린 처칠, 저 위의 사자와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알베르트 슈바이처, 1954

 말할 필요도 없는 슈바이처, 그는 이 사진을 찍기 전에 너무나 인간적인 말을 하면서 안경을 벗었다고 한다.

"안경을 쓰면 너무 나이들어 보여서."

마더 테레사, 1988

 사진 찍기를 극구 거부하던 우리의 마더 테레사. 자선봉사같은 좋은 일에 쓰일거라는 카쉬의 애원에 겨우 한장 찍게 해 주었다고 한다. 그녀의 하얀 수녀 복이 검은 배경에 더욱 돋보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1957

 생각보다 너무 착하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며 배려심이 깊어서 감명받았다는 카쉬의 헤밍웨이. 그처럼 남을 잘 배려하는 작가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그 당시 카쉬는 거장들만 만나며 사진을 찍었으므로 거장들의 거만하고 배려가 없는 태도에 이골이 났을텐데, 그래서 그런지 헤밍웨이를 너무 좋게 회상했을지도.

오드리 햅번, 1956

 말할 필요도 없이, 카쉬 전의 얼굴마담^^;;인 오드리 햅번. 카쉬가 즐겨 사용하던 검은 배경과는 달리 몇몇 사진은 흰 배경을 사용했는데, 배우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란다. 햅번 외에도 그레이스 켈리가 하얀 배경에 우아한 옆선을 보이는 사진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카쉬전에는 없었다. 카쉬의 그레이스 켈리가 보고 싶은 사람은, 각자 알아서 찾아보도록.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왕 한 수고, 여기서 켈리의 우아한 자태도 볼수 있도록 올린다. 참고로, 이 사진 속의 오드리 햅번은 27살이다

<이번 카쉬전에는 없었던 그레이스 켈리, 1956>

장 시벨리우스, 1949

 카쉬 왈, "지금 많은 노동자들이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 거장 시벨리우스는 매우 감동한 듯, "음!"이라고 하면서 눈을 감았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사진이다.

재클린 케네디, 1957

 너무나 유명한 재키. 이 사진은 아직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직전인28의 젊은 재클린 케네디다. 원래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이지만 사진 속의 재키는 아직 케네디만의 부인이므로, 여기서는 재키 케네디.

파블로 카잘스, 1954

 항상 이 사진에만 오래 서 있는 한 신사가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서 직원이 말을 건네자 그 신사는 이렇게 말했다. "쉿! 내가 지금 음악 감상을 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는가?"

파블로 피카소, 1954

 여성 편력이 심했던 피카소 답게 여성의 모습이 있는 도자기와 함꼐 찰칵. 피카소는 이미 다가갈 수 없는 거장이었으므로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기는 일쑤였는데 피카소도 역시 사진을 좋아하는지 이날따라 정확한 약속시간에 새로 사 입은 셔츠까지 입고 나타났다고 한다.

피델 카스트로, 1971

 말이 필요없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실은 쿠바 사회주의 혁명통일당(공산당) 지도자라는 것 외에는 잘 모르므로 패스....^^;)

 

94살까지 삶을 살다 간 말년의 유섭 카쉬. 카쉬전을 보며 느낀 것은

거장이 되려면 정말 오래 살아야겠다는 것.

버나드 쇼도 그렇고 카잘스도 그렇고 다들 90은 거뜬히 넘기지 않았느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