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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독단적 결론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기를-호모 에로스

gowooni1 2009. 1. 23. 21:55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저자 고미숙  
출판사 그린비   발간일 2008.11.15
책소개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연애불능시대,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던지는 에로스 처방전! 『인문학...

세상은 언제나 두가지로 나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해와 달,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부자와 거지, 남과 여, 선생님과 제자, 기타 등등. 그리고 여기에 몇가지를 더하면 다음과 같다.

 

1. 연애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2. 이성친구의 풍요에 시달리는 사람과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

3.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과 단순히 연애중독자인 사람

4. 사랑을 잘하는 사람과 연애를 잘하는 사람.

 

1번과 2번 사항에 대해서는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연애를 잘하는 사람도 존재하고, 이성친구의 풍요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일종의 기득권자인 셈인데 대부분 보면 이건 처음부터 쉬이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어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그러니까 '선행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그러니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자들을 괜히 질투하거나 탓할 필요는 없다. 돈은 있는 사람에게 점점 더 모이고 축적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이성친구는 축적에 한계가 있고 관계 지속 싸이클의 주기도 돈만큼 길지가 않기 때문에,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약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연애를 어느 정도는 잘할 줄 알게 되고 이성을 끄는 매력도 갖추게 된다.

 

진짜 문제는 3번과 4번 사항이다. 이것은 창의적인 반복을 할 줄 아느냐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을 보면 전에 사귀던 사람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또 다시 같은 패턴이 형성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파국으로 치달을만큼 서로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일단 자신부터 문제를 분석하고 성격이나 반응방법을 고칠 필요는 있다. 이건 이별 후, 또는 사귀는 도중에 끊임없는 자기분석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룰수 있지만 게으르면 하기 힘들다. 결국 항상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나 같은 패턴의 연애를 하고 같은 방식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건 사람의 숫자만 바뀌었지 결국 한가지의 연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느냐면 말할것도 없이 창의적인 반복의 부재로 인한 결과다. 이런 사람은 이미 선행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의 이성과 비슷한 성향을 갖춘 사람을 발견하는 안테나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이성친구를 만들 수는 있다. 이런 속내를 모르는 타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연애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단정짓고는 하는데, 그 속은 단순한 연애중독자 혹은 외로움을 견지디 못하는 관계 중독자일 뿐이고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연약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다른 많은 것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연애나 사랑만큼은 경험과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얻어내기 힘들다. 반드시 많은 사람을 만나보아야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처음 사귄 사람과 진정으로 사랑하여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그들에게 경험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지나친 편견이다. 그들도 서로를 만나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맞추어가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런 경험을 선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평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평생 상대방을 배려하고 아끼며 맞춰주려는 노력이 양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게 한방향이거나 중단되면 결혼생활은 끝나곤 한다.

 

'호모에로스'는 고미숙이라는 저자가, 나름대로 사랑과 연애에 대한 처방을 내린 책이라고 단순히 정의할 수 있겠지만, 연애나 사랑에 관한 자신 나름의 신념이 있는 사람이 읽었을 때는 의아한 책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코뮌주의자(공동체주의자)라 칭하며 연애나 사랑문제를 자신 주변 사람들, 그 공동체 안에서만 보고 단정지은 부분을 보면서, '이 저자,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의 시야를 내걸면서 일반적이라고 말하는 우를 범하고 있군'이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만든다.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결론이 확답이라고 말하는 듯한 문체에 싫증이 나서 덮어버리려다가도 그런 사소한 문제만 참고 설렁 설렁 넘기다 보면 그래도 가끔 '주옥'같은 생각도 건질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생각이 발판이 되어 자신의 인생에 한번 적용해보고 나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래도 뭔가 남는 것이 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의아한 것은 고미숙이라는 저자가 정말 진정한 사랑을 해본 사람, 또는 하고 있는 사람이냐는 점도 문제다. 자신이 정말 완벽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거나, 결함은 있지만 그래도 불같은 사랑을 해보았다면 내릴수 없는 지나친 확언, 예를 들어 연애중독자를 지나치게 폄하해버리는 발언이 종종 제시되어 불쾌하다.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한번이라도 미숙하지만 20대의 열정으로 정열적인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깎아내리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따듯한 말로 보듬으면서 앞으로 더 사랑에 대해 공부하고 발전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진정한 사랑에 관한 강의를 하는 것만큼 부조리한 것이다.(그녀는 섹스 칼럼니스트이다) 캐리 자신도 미스터 빅과의 삐그덕거리는 관계를 유지하다 깨뜨렸다를 반복하는 불완전한 인간일 뿐인데 어떻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캐리는 작업에 관한 강의를 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몇 안남은 수강생들에게 작업의 정석을 알려주는 강의를 함으로서 나름 성공적으로 해낸다) 자신은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해놓고, 단순히 주변만 분석하여 이러쿵 저러쿵 비판하고 전문가인척 떠들어대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이 책이 더 설득력을 지니려면, 결론이 하나 추가가 되어야 한다. '고로, 저자는 완벽한 사랑을 하여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공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론이다. 사랑도 공부하지 않으면 정체된 권태로움만 생성될 뿐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나치게 '사랑에 대해 공부를 하려면 꼭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발언은 옳지 않다. 그건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다. 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춤을 함께 연구하면서 사랑을 발전시킬 수 있고,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서로의 그림을 발전시켜주려는 노력을 하면서 사랑을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가끔 지나칠 정도로 '자신이 사는 방식만이 진정으로 옳다'는 식의 발언으로 우를 범하고 있다. 이렇게 자기만을 강요하는 문체가 독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비평, 분석한 후 전문가인척 왈가왈부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해놓고보니, 나 자신도 저자만큼 사랑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분석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저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으니 결국 누워서 침뱉기인 셈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비판은 조심해서 해야하고 생산적으로 해야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