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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음을 예찬하다 - 내 안의 행복 : 요시모토 다카아키

gowooni1 2009. 1. 21. 10:27

 

 

 

내 안의 행복

저자 요시모토 다카아키  역자 김하경  
출판사 호박넝쿨   발간일 2003.11.10
책소개 소설가로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이자 시인, 사상가, 문예평론가로 활동중인 저자가 전하는 자...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가진 것을 다 퍼주고 싶어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1분도 못 견딘다.(그건 정말 고역이다) 그러다보니, 왠만해서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뭐,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 퍼주고 싶어하는 성격이란, 물질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인 것까지 포함한다. 물질적인 것은, 큰 것은 아니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책, 펜, 옷, 가방 등등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물건은 그것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물건에 대한 덕이 제일 큰 사람' 이라고 정의한 것을 보고는 더욱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게는 크게 유용하지 않아도 내 친구가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즉 그 물건에 대한 덕이 나보다 더 있는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건네준다.

 

정신적인 것은 별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사정없이 쏟아붓는 관심과 배려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좀 더 어렵다. 물질은 그냥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면 끝이지만, 관심이나 배려는 상대방에게 알게 모르게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지나치면 숨막히고 부족하면 내게 불편함이나 불안을 느낄테니 말이다.

 

즉,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약간 '방전하는' 종류의 인간이다. 물론 역으로 충전을 당하는 때도 많지만, 대개 나를 방전한다. 방전된 건전지는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주어야 한다. 내 경우, 철저히 혼자 있음으로 인하여 충전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전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가짐도 지니지 못할 것이다.

 

혼자있음을 예찬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혼자서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그런 사람들 안에 어떤 색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개성으로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혼자 있음으로 해서 불안해지지 않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질의 문제인 것 같다.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도 문제는 있지만, 더 치우친 경향으로 나누자면)은 서로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세계적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다. '내 안의 행복'은 혼자있음을 지극히 예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자신의 성격이 비사교적이기 때문일까. 그는 시종일관 혼자있음을 문제시하는 사회적 경향을 비판한다.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기질이 있고 그것을 무시하면 안되는데, 사교적인 사람들이 비사교적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사회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혼자있는 것에서 성공이 비롯된다면서, 누구나 혼자있어야 하는 때는 반드시 필요하고, 혼자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억지로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두 딸들에게 물려준 것은 별로 없지만, 절대로 방해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절대 딸들의 시간은 빼앗지 말자'였단다. 사소한 심부름같은 것은 하나도 시키지 않았고 딸들이 무엇을 하건 그냥 내버려두었단다. 그가 두 딸을 키운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의 두 딸은 잘 컸다. 한명은 만화가, 한명은 소설가ㅡ그것도 세계적인ㅡ이니 말이다. 그가 키운 방식이 그의 두 딸들의 기질과 잘 맞아떨어져서 참 다행이다.

 

어디서 봤는지,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이렇게 적어놓은 문구로 마무리 하자면.

 

고독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야수나 신(GOD), 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