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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를 읽으면서 Flow를 경험하다-Flow

gowooni1 2009. 1. 15. 00:46

 

 

 

몰입, FLOW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역자 최인수  원저자 Csikszentmihalyi, Mihaly  
출판사 한울림   발간일 2005.08.25
책소개 '행복 추구'라는 인류의 오래된 문제를 흥미롭게 고찰하는 책.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열정에...

#1.

나의 외할아버지는 여든이 훌쩍 넘으셨는데에도 매우 정정하시다.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 나셨는지 탈모 증상은 전혀 없고 흰머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덕분에 4살이나 연하인 외할머니와 비교해봤을 때 마치 동생뻘 같다.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저렇게 세월을 비껴가시는지 궁금했다. 엄마한테 여쭸더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시니까 그렇지, 하기 싫은 것은 다 외할머니가 하시잖니."

외할머니한테는 살짝 죄송스럽지만, 삶의 방식은 아무래도 외할아버지를 본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면 안 늙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즉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인데, 대충의 개념은 이러하다. 광속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의 시간은 지구에서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르고, 중력이 매우 센 근처에 가면 공간이 뒤틀린다는 것이다. 처음 이 이론을 발표 했을 때 거의 모든 학자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아인슈타인은 매우 쉬운 예를 하나 들어주었다.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있을 때에는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1시간도 안 된 것 같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1초도 1시간 같은 것과 같은 이치요. 이게 바로 상대성이오."

물론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이론을 알고 또 이해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상대성 원리에서 내가 추려내고 싶은 핵심 하나는 건졌다. 이것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하루 종일 해도 지겹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3.

그래서 결론을 하나 내렸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그 일을 몰입해서 하면 늙지도 않으면서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 그럼 몰입의 기술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학교 시절, 모자란 학점을 좀 채워보고자 계절학기로 교양 '우슈와 기공'이라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과제가 '몰입의 즐거움'을 읽어 오는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라는 저자를 알게 되었다. 몰입의 즐거움은 얇은데에 비해 몰입Flow은 두꺼운 편이라, 읽어야지 하면서도 잊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들춰보니 마치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이라도 만나는 느낌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Flow를 읽으면서 Flow를 느끼는 기분이라니.

 

#4.

Flow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Flow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자아란다. 진정한 플로우의 경지에 들게 되면 자아를 잃어버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러니 자아집착이나 아집같은 것은 진작에 갖다버려야 한단다. 그런데 우리가 몰입을 자주 경험하고자 하는 이유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아닌가. 플로우의 경험이 쌓이고 쌓일수록 우리는 자신 안에 뭔가 풍부해지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자아라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아에 집착 할 때의 자아와, 자아를 실현 할 때의 자아가 같은 것이라면 자아란 때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좋을까? 아니면 자아 집착시에 드러나는 아집의 자아는 자아 실현시의 자아와는 별개의 것일까?

음, 뭔가 어려워졌다. 좀 더 숙고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