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사회*경제등200

부의 미래-앨빈 토플러

gowooni1 2008. 9. 16. 23:24

 

 

앨빈 토플러 : 부의 미래 : 김중웅 역 : 청림출판 : 656p

 

앞으로 세계 부의 원천이 지식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농업은 이미 부를 보장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고, 제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서비스. 지식, 생각하기. 경험하기 만이 진정한 고부가가치를 가진, 부를 창출한다는 전제 하에 앨빈토플러의 부의 미래는 시작된다.

 

부의 미래는 제 4의 물결, 지식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엄청난 지식과 방대한 자료를 총 동원해 사회학자 답게 현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스스로는 아웃사이더라고는 하지만, 아웃사이더가 아니고서야 적나라하게 볼수 없는 현 지구 곳곳의 사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책이다. 15년만의 저서 답게 내용도 방대하고 책의 두께도 결코 얕잡아 볼 게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거의 2달이 걸렸다. 물론 집중해서 읽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은 집중해서 대충 파악하고 후딱 넘어가야 저자가 말하려는 게 뭔지 총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 같다.

 

부의 미래를 담당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그건 시간, 공간, 지식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부를 창출하는 심층기반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간의 부분에서 나는 많이 공감했는데, 가장 빨리 변하는 기업과 시민단체들에 비해, 너무나 늦게 변하는 관료제, 학교, 법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아 시간의 비동기화가 자꾸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속도충돌이라 한다. 100마일의 속도로 변해가는 기업의 환경에 1마일의 속도로 변하는 법이 기업의 원활한 활동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는 거다. 30마일로 변해가는 학교가 과연 100마일의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배출해 내겠냐는 것에서도 나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권위주의에만 빠져 있지 않으면 세상은 시간의 동기화를 이뤄 더욱 효과적인 뭔가를 얻을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공간은 부의 미래의 심층기반이라기 보다는 부의 미래가 활동하는 영역이 바뀔 거라는 예고에 지나지 않는다. 공간이 부를 창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토플러가 말하려는 것은 앞으로 세계 부의 무대는 중국이 될것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음,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중국이 큰 땅덩어리이긴 하지만 세계 인구의 1/6이 모여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굉장히 밀집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있는 곳엔 경제가 생겨나고 부익부 빈익빈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부는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미래에 큰 사업을 벌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중국어를 배워둬야 한다. 중국어는 단지 중국 드라마를 보기위함이나 중국여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 인구의 6분의 1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난 여기서 우리 나라도 인구가 좀 많았으면 하고 바랐다. 하다 못해 옆나라 일본만큼만 되도 생각보다 큰 시장이 형성되서 더 큰 시장 가능성이 생겼을 텐데 하고 말이다. 세계에서 한글이란 언어를 쓰는 인구는 고작 6000만명 정도일 것이다. 북한 인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1억명은 안 될 것 같다. 그럼 1억 5천이 넘는 일본만큼도 안되는 건데, 이건 12억이라는 중국인구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가 아닌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은 가슴속에 간직한 채 머리로는 중국어, 영어를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평생 한국에서 살것이고 부의 미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열외다.

 

지식. 토플러가 말하는 세번째 심층기반이다. 여기서 지식은 쓰레기 지식와 유용한 지식으로 나뉘는데, 쓰레기 지식을 무용지식이라고 부른다. 무용지식은 이미 쓸모 없어진 지식이다. 만약, 오늘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내일 가서 거짓이 되어버린다면 이게 무용지식인 것이다. 그러나 무용지식이 항상 쓸모 없는 건 아니다. 무용지식도 한때는 유용지식이었던 거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지식을 확장하고 정보를 업그레이드 해서 지식을 확충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들을 통해 진실된 지식을 쌓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건 내 식으로 해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미래의 부(富)중, 거대한 마이너 부를 형성하는 집단을 저자는 프로슈머라고 지칭하고 있다. 프로슈머는 자신이 직접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는 집단이다. 정말 자신이 좋아서, 자진해서 하는 생산활동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프로슈머는 부의 미래의 큰 일부를 담당할 거다. 나 자신이 기꺼이 프로슈머가 되고자 자청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현재를 보면 된다. 토플러는 이를 More Free Lunch라고 한다. 더 많은 공짜 점심. 이는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점점 많아진다는 뜻이고, 그만큼 프로슈머도 많아지며, 이 역시 잠재적 부를 나타낸다고 하는 것이다.

 

다 요약할 수는 없지만, 뒷부분으로 가면 갈 수록 저자의 전 세계적인 관심과 명철한 분석등을 잘 알 수 있는 텍스트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 분석도 1세기도 지나지 않아 어쩌면 무용지식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현재를 분석하고 더 나은 미래로 방향을 잡는게 사회학자들의 역할이 아닐까.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미래에 부를 한 몫 크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그렇게 착하게 곧이 곧대로 보이는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쩌면 저자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큰 기대를 가지고 보면 반드시 실망할 것이다. 만만치도 않은 분량에. 너무 직역되어 있어 미국인 정서에나 맞는 비유와 번역들. 무슨 말인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엄청난 예시를 들어서 말하는 빙빙 돌리기 등등이 조금은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대를 일단 버리고, 그냥 한 저명한 사회학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뭔지를 파악하겠다는 생각을 전두엽 맨 앞에 두고 읽는다면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한 학자가 15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서 조사하고 분석하고 요약한 총 지식을 우리는 단 며칠이면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자신들 만의 배경지식과 조합시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부를 연관시켜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