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다들 하는 싸이클럽 미니홈피가 너무 사진과 동영상 위주로만 구성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으로 블로그로 갈아탔다. 그때가 약 4년 전인데, 일단 블로그 개설만 하였고 뭘 올려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그렇게 묵혀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많은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읽은 책 중 좋은 것들은 잊어버리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독서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드디어 블로그의 사용 용도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약 3년의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의 북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객관성은 사실 찾아볼 수가 없다. 좋은 리뷰의 중요한 조건 하나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또 하나는 지나친 플롯 상세 설명은 피해야한다던데 이 중 후자의 문제는 나와 별 상관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는 성격 또한 지극히 게을러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또 다시 언급하는 귀찮은 일은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나 가지고 있던 생각이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 또는 생각과 융합될 때 얻어지는 나만의 깨달음에 희열을 느끼곤 한다. 나는 이런 깨달음들이 모여 나만의 철학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깨달음들은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나는 가능한 한 내가 읽은 책들은 전부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다.
그래도 리뷰를 조금 더 잘 써보고 싶은 욕심은 생기길래, '창의적 독서, 서평, 초록 길라잡이'라는 책을 읽어봤는데 이 책 역시 예전의 '긍정적 심리학'이라는 책처럼 교과서적인 책이라 딱딱하다. 보아하니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전공서적으로 읽는 내용인듯하다. 담고 있는 내용은 좋은데 그 그릇이 교과서라는 형식으로 나오면 살짝 흥미를 잃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12년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인가.(대학교까지 거의 주입식 교육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16년이다) 그래도 책 속에는 좋은 내용이 꽤 있다. 교과서적인 교훈이기는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 서평, 초록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경영사회에서 콘텐츠야말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 유익한 콘텐츠는 수없이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탐독적인 독서는 무용지물이고 그 중 핵심, 알맹이만을 솎아 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서평과 초록이 중요한 이유다. 초록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발췌다. 발췌를 하려면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잘 찾아서 엮어야 한다. 결국 핵심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독자에게 있어서 핵심을 잘 파악하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일단 책을 많이 읽어 기반을 잡고, 어느 정도 자기만의 독서 습관이 정립되었을 때 방향있는 독서를 하면서 책의 근원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받았던 교육이 부분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공부였다면, 이제 전체를 먼저 아우르는 독서를 해야한다. 아래서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법을 택하는 건데 저자는 이 방법을 '위에서 조망하기'라는 정의를 사용한다.
위에서 조망하는 방법으로 책의 핵심을 파악했다면 초록을 작성해야 하는데, 핵심 파악은 직관이고 초록 작성은 연역이다. 여기서 직관과 연역이 등장한다. 둘은 그 어느것도 서로에서 속하거나 하위개념이 될 수는 없지만, 독서에서는 아무래도 직관이 상위고 연역이 하위가 되는 듯하다.
해방 직후 약 50여년간 선진국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식의 유입을 받았고 이는 분명 우리 사회의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수용의 자세를 키우는 데 한 몫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이제 21세기 지식경영사회를 맞이하여 우리는 아래에서 해석하고 분석하기만 하는 방법을 지양하고 위에서 조망하여 개념파악과 창의성 증진,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독서를 통해 우리만의 지식 경영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저자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객관적이고 질좋은 서평은 아직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 식대로의 독서 일기를 주욱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