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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가 아름다운 이유는 미스코리아이기 때문이 아니다.

gowooni1 2009. 1. 2. 19:0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저자 금나나  공저자 최지현  
출판사 김영사   발간일 2008.12.05
책소개 '천재들의 전쟁터' 하버드에서 최고의 의사를 꿈꾸며 이겨낸 4년의 시간과 한계 앞에서도 꿈을 향한...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이 절반이라면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절반이다. 잘 극복해 나가는 사람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또 그 수만큼의 이유와 변명, 핑계가 있다. 물론 극복했냐 못했냐는 지극히 주관적인 일이라서 함부로 측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 각자 마음 속에 극복하지 못한 일에 대한 쓰라린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소린데, 그 기억을 끌어안고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읽어보면 꽤나 감동할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금나나란 인물의 끝이 없는 도전 이야기다.

 

금나나,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대단한 사람이다. 과학고 출신에 경북 의대 다닌 것으로도 모자라 미스코리아 진까지 하고, 하버드 합격의 쾌거를 가진 이 이력이 결코 필부필부는 아니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런 그녀의 이력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악다구니, 깡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것이다. 그녀의 또 다른 책, '나나 너나 할 수 있다'에도 대충 그런 그녀의 독기가 보인다.

 

독기? 말해보니 이 단어에 반감이 든다. 그녀가 지독한 독종이란건 알겠는데, 마음까지 독기로 뭉친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이 천재가 아님을 언제나 전전두엽에 배치해두고 그 대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원하는 것을 쟁취해온 사람이다. 잠을 덜 자면서, 하나도 모르겠다는 엄살로 자존심을 다 버리고 배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면서, 그렇게 섭취해버린 칼로리의 절반은 러닝머신위에서 몇시간 동안 뛰어 날리면서, 러닝머신 위에서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금나나와 그녀의 하버드대 졸업장이었다.

 

물론 그녀를 보고 있자면 뱃속에서 스멀스멀 뭔가가 기어오른다. 금나나란 사람과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비교해 본 후 나오는 증상이다. 그녀는 이런 시련과 좌절을 겪으면서, 극복할 것은 극복하고 좌절한 것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금나나가 되었다. 나의 최근 겪은 좌절은 과연 뭐였을까? 정말 내가 그 좌절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긴 한 걸까? 최선을 다했다는 엄살 아래 실패에 대한 변명을 미리 만들기만 한 것은 아닐까? 내가 그 좌절을 겪고 나서 죽을만큼 아팠던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 만큼 아파서 허무했던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진정 최선을 다한다는 것 역시 극히 주관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금나나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언제나 입으로만 최선을 다했다고 하다니.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 입으로만 최선을 다하면서 요행을 바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행운이 뒤따르는 사람이니까 이정도만 최선을 하면 운이 따라줘서 이 일을 성취할 수 있을거야.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요행을 일부러 바라는 자는 돕지 않는다. 나는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요행만 바랐지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을 다 하지는 않았던 거다.

 

 그녀는 괜히 금나나가 된 것이 아니다. 의지와 노력이 그녀를 만들었지만 그건 보통의 것이 아니다. 과학고 시절의 꽃다운 나이에는 원형탈모증을 겪어야 했고, 강림하신 그분-폭식증-덕분에 살이 쪄야했다. 미스코리아 출전을 위해 100일만에 10키로를 감량했지만 하버드의 공부스트레스는 그분의 재강림을 허락해야 했고, 섭취해버린 칼로리 덕분에 수없이 많은 시간을 러닝머신 위에서 불태워야 했다. 뭐든지 올인하거나 중독되어 버리는 증상이 있는 금나나양은 다행스럽게도 운동에도 중독이 되어서 자신의 체중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그 러닝머신 위에서 여러 내부,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흔들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의과대학원 진학에 실패한 후에는 치아 전체가 흔들리는 고통을 맛봐야했고 그것도 모자라 스물 중반의 나이에 이를 전부 뽑고 틀니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녀가 다른 누구보다 많이 힘들고 아팠던 것은 제2의 계획이라고는 모르는, 한 우물만 파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그 시기를 통해 인생에는 수 많은 변수가 있고, 여러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을 잘 조화시키는 요령도 필요함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녀가 의과대학원 진학에 떨어지고, 겨우 마음을 추스린 후 한국의 한 스님에게 자신의 불합격 소식을 알렸을 때 그 스님이 하신 말씀이 명언이다.

 

 "인생은 하나의 수행이다. 갈고 닦으면서 나아가야 해. 하나의 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오고, 그것을 넘어야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너에겐 지금 상황이 실패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한 상대적인 거야. 네가 여기서 좌절을 하면 실패지만, 이것을 뛰어넘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좋은 경험이 될 터이니 이보다 더 좋은 수행이 어디있겠니? 네가 만약 이번에 의대에 합격을 했다면 넌 틀림없이 넘쳐흘렀을 것이다. 나나야,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뜻대로 되면 듯을 가벼운데 두나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수행으로 삼아라."

 

 

마치 나한테 하는 소리인 것 같아 마음이 찡하다.

 

참, 결론을 내리자면,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는 미스코리아 진이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미스코리아 진이라는 사실이 더 부조화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내가 그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에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난 그녀가 좋아졌다.

 

p.s 그녀의 하버드 한국 선배가 졸업을 축하하며 써준 글귀도 인상적이다.

     잊지 않기 위해 적어본다면..

 

지혜로운 이의 삶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님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러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며,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