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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에서 길을 찾다 - 김태균

gowooni1 2008. 11. 19. 21:36

 

 

 

지혜의 숲에서 길을 찾다 : 김태균 : 엔타임 : 239p

 

음식을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식탐은 경계하고, 책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비판적 사고 없는 다독은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가끔씩 잘 안될 때가 있다. 밤에 자야하는데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은 것처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 책이 미치도록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학창시절 중간고사때 공부라도 하려하면 방청소부터 꼭 했던 심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 힘이 유효하다. 내가 이제는 어리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자제력이 조금 생겼다는 것과 시간의 힘을 빌린 인내심이 조금 강해졌다는 것인데, 이럴때는 세월과 맞바꾼 자제력, 인내심도 크게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다보면 배가 부른데도 먹는 습관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다보면 아직 머릿속으로 그 내용이 다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에도 다른 읽을거리를 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나는 약간의 난독증에 걸리는 기분이 든다. 분명 활자 위로 내 시선은 굴러가고 있는데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멍할때가 종종 있다. 그게 반복될때는 잠깐 쉬어주는게 맞다. 그때는 독서의 방향을 잃어버린 거다.

 

'지혜의 숲에서 길을 찾다'는 딱히 좋다고 말할 만큼 특색이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 정도인 사람이 읽으면 그 '독서의 방향'을 다잡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즉, 나는 이 책을 '독서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책 제목이 지혜의 숲이라는 책들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찾자는 취지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책을 읽는 길을 찾았다.

 

첫 장부분에서는, 사실 이정도는 나도 쓰겠다 싶다. 책을 조금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저자가 이 구절의 인용을 어디서 했구나',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첫 1장에서는 거의 내가 알만한 책에서 인용된 내용이라 적잖이 실망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한 번 책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구절을 통해 나의 경지에 자만한 것이 아니라, 고작 나 정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책까지 써냈을까 하고 조소했다. 그러나 이건 기우였고, 3장부터는 본격적인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그 종류나 독서의 목적에 맞춰 책읽는 방법을 달리해야 하겠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가 뭔지 파악하는 거다. 기본 명제를 파악하고, 논증을 살피고, 알면 좋지만 무시해도 괜찮을 에피소드를 구분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적어둠은 물론 머릿속에 오래오래 기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서 반드시 적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건데, 인간이 활자를 만들고 나서부터 그 기억력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감안하고, 항상 삶에 적용해야겠다고 드는 것은 머릿속에 두고두고 기억을 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책을 읽은 효용이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저자가 말하는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모티머 애들러와 찰스 반도렌이 지은 책의 핵심을 요약해서 말해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독서의 제1수준 - 기초적인 읽기

1단계 : 읽기 준비기

2단계 : 간단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단계

3단계 : 어휘력이 급속히 증가하고 문맥을 통해 처음 보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내는 단계

4단계 : 이미 습득한 기숙을 세밀하게 닦고 강화하는 시기

독서의 제2수준 - 살펴보기 : 진정한 읽기의 단계

1. 속표지나 서문을 본다

2. 목차를 본다

3. 앞표지에 잇는 광고문과 뒷표지의 추천 글을 본다

4. 논점의 중심이 될 만한 장을 찾아서 읽어본다

5. 띄엄띄엄 책장을 뒤적여 보려 골라 읽는다

독서의 제3수준 - 분석하며 읽기

분석하며 읽기 위한 제 1단계 - 무엇에 관한 책인지 알아낸다

제1원칙 : 책의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류한다

제2원칙 : 책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간결하게 요약해본다 (책의 뼈대 발견, 통일성 찾기)

분석하며 읽기 위한 제 2단계 - 내용 이해하기

제3원칙 : 주요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잇는지를 파악한다

제4원칙 : 중요한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요 명제와 논증을 파악한다

             명제를 찾는 일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 기술. 가장 효과적인 연습은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보는것.

제5원칙 : 저자가 해답한 문제와 해답하지 못한 분제를 검토하고 해답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저자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악한다.

분석하며 읽기 위한 3단계 -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잇는지 비교 평가하기

제6원칙 : 비평할 때는 지성인으로서의 에티켓을 지킨다.

         -트집을 잡거나 반박하려고 책을 읽어서는 안된다. 무조건 믿거나 그대로 인정할 생각으로 읽어서도 안된다. 다만 깊이 생각하고 성찰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프란시스 베이컨

제 7원칙 : 비평할 내용의 기준을 명확히 한다.

              1.저자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 제시

              2.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

              3.저자의 이야기 전개상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제시

              4.분석한 내용이나 제시된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을 제시

독서의 제 4수준-통합적으로 읽기 : 훑어보기 기술

 

그 외에도 분야별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지만 생략.(귀찮음)

 

내가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의 프롤로그에 아주 잘 정리되어 나온다. 생각하는 힘을 얻고, 철학적 사고의 논리성도 얻고 싶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상과 접근의 창조성도 내겐 필요하고,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인 인내심도 얻고 싶다. 방황하고 고뇌하는 생각이 아니라 목표의식으로 충만한 생각을 얻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고 확실한 길이 독서이기 때문에 책 읽는 것에 나의 인생중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가끔 책을 읽는 방향이나 목적을 잊더라도 항상 큰 줄기를 놓치지 말고 좀 더 멀리 보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나름 내 인생을 독서와 함께 하고 마치는데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