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삼국지 2 - 나관중 : 이문열 역

gowooni1 2008. 11. 11. 23:42

 

 

 

삼국지 2 : 나관중 : 이문열 역 : 민음사 : 402p

 

[구름처럼 이는 영웅]

 

아직 대하 소설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삼국지를 읽는 데에는 도무지 속도가 붙지 않는다. 재미가 있으면 빨리 읽혀야 정상이겠지만, 워낙에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일이 벌어지니 사건의 대강을 파악하는 데만도 벅차다. 주요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지만 잠깐 나왔다가 죽는 사람이 태반이라서 잠깐 안보고 있다가 연속해서 보려고 하면 기억이 안나는 경우도 많으니 속도는 당연히 더딜수 밖에 없다. 나중에 삼국지를 다시 한 번 더 읽게 되는 기회가 생긴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총 몇 명이나 되는지 한 번 세어보고 싶을 정도다.

 

1권이 대략적인 등장인물의 설명과 시대적 상황을 전개하였다면, 2권 구름처럼 이는 영웅에서는 이제 그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형세를 엮어 나갈 것인지 기초를 다 잡고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1권 말에서 왕을 죽이고 자기가 왕처럼 자리를 꿰찬 동탁은 결국 초선이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여포에게 배신을 당해 죽임을 당하고, 동탁의 수하 장군들이 조정을 꿰차게 된다. 한편, 조조는 자신의 근거지 연포에서 많은 대군을 키우며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이 상세히 그려지고 여포와의 싸움도 2권의 주된 내용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결코 큰 그릇됨이 아님을 보였던 공손찬은 유비의 실망을 얻게 되고,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도겸의 서주를 넘겨받게 된다. 그렇게 세력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나서야 드디어 처자를 얻게 되고 조조와의 대립구조가 성립된다. 조조에 관한 일을 그렇게 상세히 묘사한 것도 유비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유능한 라이벌임을 암시하기 위한 나관중의 의도인가 보다. 사람 됨됨이가 너무 배은망덕하여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기 꺼렸던 여포는 의탁할 곳이 없어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결국 유비가 있는 서주로 가서 환대를 받고, 서주 근처 소패에 머물게 된다. 유비가 여포의 사람됨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당장에라도 조조가 쳐들어오면 당해낼 재간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계산하에 인의와 덕이라는 방패로 그를 받아들인다. 이는 조조의 호승심을 일으키는 데에도 한 몫을 한다. 한편, 막나갈대로 막 나가는 조정은 그나마 남은 동탁의 장수 이각과 곽사가 난리를 부려 장안은 더욱 흉흉해진다. 이상이 2권의 내용이다.

 

엄청난 등장인물과 함께 숨가쁘게 묘사되는 몇 년간의 사건 및 세력의 형세 등이 매우 어지러우나 대충만 감을 잡으며 읽는다면 무난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2권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생각했던 것은 재물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을 잃어서는 안되겠구나. 사람을 얻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재산이구나, 였다. 과연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인의와 덕으로, 아니 지금은 현대사회니 유교적은 아니더라도 진실로 사람들 대하며 내 사람으로 만들어 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을 얻는다는 개념을 확실히 갖게 된 것 만으로도 2권은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