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삼국지 3 - 나관중 : 헝클어진 천하. 큰 뜻을 품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리.

gowooni1 2008. 11. 26. 00:57

 

 

 

삼국지. 3

저자 나관중  역자 이문열 평역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2.03.05
책소개 단순한 재미나 흥미 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 주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삼국지 읽기는 요즘도 계속 되고 있다. 바쁜 일이라도 생겨 잠깐 손이라도 놓으면 이어지던 내용이 끊기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그래도 이제 왠만큼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구도가 친숙해져서 그런지 금방 원래의 페이스를 되찾아 읽게 된다.

 

3권, 헝클어진 천하의 주요내용은 천자인 헌제를 압박하던 이각과 곽사가 죽고, 헌제는 조조를 부른다. 자신의 근거지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권토중래를 노리던 조조는 때가 왔음을 알고 드디어 자신의 야심, 한을 잇는게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천자가 되려는 마음을 조금씩 밖으로 드러내어 천자를 끼고 자신의 마음대로 천하를 주무른다. 동탁의 영향에서 벗어나자 마자 이각과 곽사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던 헌제는 자기 스스로 조조를 불러들임에 따라 다시 조조의 손바닥안으로 굴러떨어진 격이다. 자신의 이런 처지를 한스러워 하는 헌제는 자신의 아재비뻘 되는 유비를 아끼지만 조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한편 사람됨이 글러먹었던 여포는 드디어 목숨을 다하고, 명문가의 소인배 원술역시 어이없게 피를 토하며 죽는다. 원소의 공격에 자신의 근거지를 지키며 자만했던 공손찬 역시 죽는다. 여포에서 서주를 빼앗겼던 유비는 조조에게 의지해가지만, 조조라는 작은 연못에 빠졌다고 내내 안타까워하며 농사일이나 하며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적당한 때가 왔을 때, 군사 오만을 거느리고 조조의 영향에서 빠져나온다. 유비라는 그릇을 알아본 조조는 자신의 연못안에 있지 않을바에야 죽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다시 유비와 조조는 적의 구도로 돌아간다. 유비를 치기 위해 호시탐탐 때를 노리지만 조조의 수하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다른 세력들을 끌어들이라고 권한다. 이상이 3권의 주요 내용이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한말의 어지러웠던 정세나, 그 당시 세상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도 중국은 인구가 많지만 그 당시에도 많았나보다. 서로 죽이고 죽여도 끊임없이 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 목숨을 개미만치도 생각하지 않는 우두머리들에게 조금 짜증도 나고,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인육을 먹는 행위가 크게 인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되던 모습을 보면 경악할 만하다. 그렇게 덕을 강조하던 유비조차 자신이 먹은 고기가 죽인 여자의 허벅다리였다는 것을 알고도 자신을 위해 아내까지 죽인 자에게 감사를 느낄 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모습을 보아도 이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덕의 기준이 뭔가 싶다. 처음 1권에서는 유비의 모습을 완벽한 성인군자, 어느 누구보다 귀하고 덕이 높은 인물로 묘사를 하였지만 이런 모습에서나, 조조 못지 않은 간계와 모략으로 난세에 처세를 해나가는 모습을 살펴보면 그 역시 비열함을 알고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다만 유비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후세 사람들의 칭송에 힘입어 조조는 간사하고 인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되는가 하면, 유비는 여러 간사한 행동도 그때 상황 때문에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결과로 포장된 모양이다. 난세의 영웅이 되려면 덕과 지력은 물론 간계와 꾀까지 전부 갖추어야 하며 홀로 옳은 소리만 하고 아첨을 모르면 잠깐 그 절개에 칭찬을 얻을 뿐 결국 한방울 이슬처럼 사라지는 부질없는 목숨이 되어버린다. 이런 사실에 씁쓸하며 요즘 세상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천만다행이라는 생각, 저런 이중 삼중적 인격을 지니지 않고 정치와 권세판에서 마음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되는 현재의 내 처지에 그저 땡큐다. 이문열은 책의 뒷표지에서,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읽지말라고 떠돌던 말까지 소개하며 이를 읽는 이는 포부와 야망이 커질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 목숨을 우습게 생각하는 한 말 중국의 영웅들은 전부 하나같이 인간을 진심으로 존중하지 못했던 것처럼 보여 그다지 본받고 싶지 않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진심으로 대할 사람을 고르고, 죽이고 살리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한결같은지.

 

그래도 사람보는 안목을 키워야겠다거나, 내 사람으로 만들줄 아는 능력을 가꾸어야겠다거나, 인생을 멀리보는 안목을 키워 항상 마음속에 원대한 포부, 대의를 안고 그것을 잊지 않으며 어떤 상태에 놓이더라도 뜻을 추구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을거다. 특히 큰 뜻이 있으면 그것을 먼저 생각하여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중심을 잡고 감정을 자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자주 생각하게 만든 3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