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gowooni1 2008. 10. 27. 22:08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  김난주 역 : 소담출판사 : 272p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 단숨에 읽어내려 갈수 있음.

두번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충 읽어 넘어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세번째 : 우울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본 기분을 안겨 줌.

이 정도일까? 그리고, 그녀의 또 다른 소설인 '반짝반짝 빛나는'과 오늘 읽은 '낙하하는 저녁'의 공통점은, 절대 보편적이지 않은 인간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다는 거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게이 남편과 우울증 아내, 그리고 게이 남편의 애인 셋이서 사이좋게 지내고, 여기서는 만난지 3일 되는 여자 때문에 8년동안 사귄 여자와 헤어지는 남자 다케오와, 그 버림받은 여자 리카, 그리고 그 3일 여자 하나코가 사이좋게(?) 지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 보통 사람인 나로서는 잘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관계인 것이다.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가 노리는 점도, 편견을 깨고 이런 각도에서 너희도 생각해봐, 일수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다케오에게 버림받는 리카이지만, 소설은 마치 하나코가 주인공인 것처럼 그녀 중심으로 풀어진다. 어느 누구도 소유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하나코, 그녀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도 없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는 바람같은 그녀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집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작 그녀는 바람이었지만 많은 남자, 심지어 리카에게까지도 '나'만큼은 바람이 머무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 하나코. 그녀의 매력은 소설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실세계에 그녀와 같은 인간이 실존한다면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에쿠니 가오리 문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해준 '낙하하는 저녁'. 그녀는 절대 독자에게 머리를 쓰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많이 이야기하고 적게 보여주는, 독자에게는 조금 까칠한 알랭 드 보통과는 다르게, 적게 이야기하고 많이 보여주어, 독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에쿠니 가오리는 소설에서도 그녀의 친절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왠지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와 비슷한 이미지의 에쿠니 가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