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나이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 쿠르트 호크

gowooni1 2008. 10. 29. 03:49

 

 

 

나이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Things you would never know without aging) : 쿠르트 호크 : 강희진 역 : 브리즈 : 230p

 

책의 좋은 점은 무수히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살지 않은 인생을 산 사람들의 지혜를 얼마 되지 않는 적은 돈으로 훔쳐볼 수 있다는 점 일것이다. 그런 식으로 책에 접근하다 보면 책 읽는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은 정말 전혀 아깝지가 않다. 이 책의 제목도 그런 내게 매우 적절하게 다가왔다. 나이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나이들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나보다 더 많은 삶을 산 어떤 친절한 독일의 노인이 친히 책까지 써냈으니 어찌 감사히 읽지않을 수 있을까.

 

그냥 인생 조언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산문집이다. 한 챕터의 제목이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라고 해서, 정말 그렇게 살라고 구구절절 잔소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30여년간의 전원생활을 바탕으로 보고 느낀 것을 마치 눈 앞에 그려주듯이 묘사한다. 그런 일상 하나하나에서 얻은 깨달음 일부가 그 챕터의 제목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눈에 보이듯이 묘사하면서 간간히 끼어있는 쿠르트 호크의 단상이 모여 이 산문집이 만들어졌다.

 

나이 70에 쓴 산문집이라 그런지, 인생에 대한 넉넉함과 관대함이 책 전체에 녹아 있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습관에 절대 잡아 먹히지는 말라는 융통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은 비록70의 나이지만 태어난지 30개월밖에 안된 어린 이와 친구도 할 수 있다는 그의 오픈마인드를 보여주며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하고나 친구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마음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나도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 할 수 있는 관대함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얼마 전 읽었던 유수연의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에서 본 37세 저자의 치기어린 열정과 사뭇 비교되어 웃음도 나왔다. 역시 오래 산 사람의 관록이란 절대 무시할게 아니구나 싶다. 쿠르트 호크도 젊은 나이에 기업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었으니, 젊은 시절에는 유수연 못지 않은 열정과 세상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자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느긋하게, 한발 뒤로 물러서서 관조하는 삶을 30여년이나 살면, 그 시간이 그 사람의 인생에 녹아들어 여유를 가져다 주었을 거고,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는 멋진 할아버지가 된 저자를 만날 수 있었을 거다.

 

가만히 기다려야 할때가 있다는 인내, 위대한 변화는 봄처럼 부드럽다는 지혜(우리는 보통 위대한 변화는 엄청나게 획기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영원히 가지려고 하지 말라며 마음의 집착을 경계하라는 말, 소중한 것들을 떼어내야 할 때도 있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지혜, 마음으로 소통하고, 단순하게 즐기며, 때로는 비워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그. 모든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새처럼 자유로운 마음을 가져야도 하고ㅡ 결론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평온하라는 말로 책은 마무리된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무시못할 세월의 인생을 살면서 얻은 일종의 체념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말들이 조금은 마음이 쓸쓸하면서도 절절하게 공감되는 것은, 나도 왠만큼 인생을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여러상황을 겪었다는 뜻일거다. 때로는 비워두는 편이 좋을때가 있다는 것도 알고, 모든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소중한 것들을 떼어내야 할 때도 있다는 말! 나 역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 들이며 하루를 사는 것이 얼마나 정신건강에 득이 되는지도 잘 안다.

 

문학, 철학, 역사를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왜 항상 이런 책들에 손이 가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금 내게는 많은 삶의 지혜와 조언이 필요한 때인가보다,고 그냥 받아들이고 현재 끌리는 책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읽는 것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