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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질 수 있을까?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 쇤부르크

gowooni1 2008. 10. 24. 18:03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 김인순 역 : 열린책들 : 217p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이상국가인 공산주의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탈바꿈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부는 언제나 양극화를 달린다. 그리고 부의 양극화는 곧, 중산층의 붕괴를 말한다. 상류층 아니면 하류층 밖에 존재할 수 없는 사회 구조로 변경되고 있는 현대의 우리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을 알아야한다고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말하고 있다.

 

독일어를 배운 사람은 알겠지만, 독일 이름 가운데 '폰(v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귀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유서깊은 귀족 집안의 자제이긴 하나, 중세부터 꾸준히 몰락의 길을 걸은 집안의 아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만큼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을 (선조들을 포함해)수백년에 걸쳐서 연구하고 실천한 사람도 없을 것이며, 마침 회사에서 구조 조정을 당하기도 하였고 하여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여 책으로 만들어 냈다.

 

그의 전 직업이 편집자이자 칼럼리스트라서 그런지, 확실히 글의 느낌이 책이라기 보다는 기사라는 기분이 든다. 사회기자가 자신의 지식과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가끔씩 쓸만한 자신의 철학을 간간히 내비추는 식이다. (솔직히, 그래서 사회학 분야 책은 재미가 없다. 부의 미래도 그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정말 핵심만 파악하기만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알렉산더가 말하는 우아하게 가난해 지는 방법은 특별할 게 없다. 제목에서는 매우 그럴싸 한것 같은데 펼쳐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만한 내용이다. 그건 다음과 같다.

 

우선 순위를 정하기 - 나는 이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 일을 아예 없애버렸고, 인생을 맘껏 즐기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진 모르지만.
집의 가치에 대해서 - 쓸데없이 넓기만 한 집은 우아하게 꾸밀수가 없으며, 돈이 없으면 집값과 물가가 싼 도시로 이사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우리집은 쓸데없이 넓지 않으며, 집 값이 비싼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다.
<멋진> 외식과 그 밖의 나쁜 습관들 - 멋진 외식을 하는 것보다 식사 시간에 손님 초대하는 즐거움을 누리라고 한다. 글쎄, 이건 별로 해당사항 없다.
가난해진 사람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 - 헬스장에 돈을 낭비하지 말고 자연과 함께 조깅을 하거나 집에서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트레칭 등의 체조를 하라고 권한다. 그럴듯 하긴 하나, 여름과 겨울에는 헬스장이 필수적인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보람 있는 이유 - 예전, 잠시 자동차를 몬 적이 있으니, 이미 그것이 엄청난 유지비와 어딜가는 주차공간과 주차비에 대한 고민을 일으키게 하는 문제의 주범이란 것을 알았다. 내 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을만큼의 돈이 있으면 자가용을 몰 만 하지만, 지금은(그러지 아니하니) 없는게 편하다. ㅎㅎ
휴가 여행이 필요한가? - 유럽사람들은 휴가가 길기 때문에 여행을 필수적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것을 지적하고 관광이나 할거면 쓸데없이 휴가 때 놀러가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휴가가 짧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게 느껴진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 - 옷이 사람을 입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지 말고, 사람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라는 말인데, 주제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난 이미 이런 것은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비싼 옷을 안 사 입은지도 꽤 오래 되었으며 적은 비용 최대 효과를 누리는 옷을 구입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건전하게 무시하는 방법 - 온갖 매스컴을 통한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며 조장하는 마케팅 수법에 넘어가지 말라는 말. 나는 TV를 보지 않으므로 별 지장 없음.
아이들, 아이들 - 아이들이 없으므로 패스.
아둔하지 않게 쇼핑하는 방법 - 글쎄. 충동구매를 하는 버릇(지름신 강림)이 일년에 1~2번 밖에 없으므로 괜찮은 것 같음.

 

뭐, 저자의 요점은 이 정도면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을 첨가하자면, 내가 대한민국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마음껏 누리기. 예를 들어 무한정 공짜로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을 애용한다던가. 음. 생각나는 게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도서관 무한 이용은 정말 최대의 우아한 생활-지적 만족도 향상-을 즐기기에 최적 아닌가?

 

그러나 핵심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우아해지기 위해 가난(지극히 남들 기준에서 본 판단이지만)을 택하는 것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게 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