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 유수연 : 위즈덤하우스 : 304p
모처럼 느긋하게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기로 하고 선 자리에서 곧장 다 읽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받은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신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일부러 악역을 떠맡은 것 같은 잔소리가 귓가에서 쟁쟁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녀의 유명세는 토익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고, 굳이 영어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예전에 낸 책이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독설가, 잔소리쟁이로 유명하기도 해서 과연 이 여자가 낸 책도 그런 느낌일까,하고 궁금했는데 문장은 그 사람의 인격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한 말이 기억날 정도다. 참고로, 그녀는 인격자가 되기보다는 냉혹한 잔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악역을 기꺼이 떠맡은, 이 시대 20대의 멘토가 되기를 스스로 희망하는 듯하다.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한 사람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악마같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말한 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골드미스라는 것도 자랑스럽게 말한다. 연봉 10억을 받고, 벤츠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그 안의 왕이 되어 살고 있는 자기가 매우 만족스럽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부러우면 너네도 성공해, 라고 말한다. 자신은 몇년을 거쳐서 상류계층에 속했지만, 자신보다 훨씬 어린 상류층 자제들이 아무런 노력없이 자신이 즐기는 고급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하며(결국 그러니 평범한 너네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봐, 라고 말한다) 그래도 자신은 스스로가 구축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단단한 자신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의 원천은 스스로 이 세상에 자신만의 무대를 확고히 구축했다는 것. 이 책의 주제이자 제목이기도 하지만 20대는 시간이라는 무한자원이 있기 때문에 고작 1~2년 늦는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진정 자신이 무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말한다. 37살의 그녀가 봤을 때에도 20대에 1~2년 정도는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데, 40대 50대의 어른들이 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의 내 또래 친구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왜 스무살때 반드시 대학을 가야 했을까? 공부 1년 더 해서 좋은 대학 갈 걸. 지금 보니 그때의 1~2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리고 책 전체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독기'이다. 독해지라고 말하는 그녀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독종이고 잔정이 없는 큰딸이다. 자신은 사회적으로나 가족내에서나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정하고는 거기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지난 날들이 있어서 수긍은 가지만, 내가 만약 그녀와 같은 처지였다 하더라도 그녀만큼 살 수는 없었을 것이며, 그녀에게 죄송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세상을 치열한 마음으로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을 절대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다. 물론 내가 한 2~3년 전으로 돌아가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안한 상태로 이 책을 읽는다면 '아, 이래야 하는구나'하고 생각했겠지만. 그녀가 독해서 그런지, 주위에 성공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에도 '이 사람도 독했기 때문에 성공한거야' 라는 식으로밖에 비추지 않는 것도 별로다. 그들은 그녀가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즐겨서 성공했을 수도 있는데 꼭 독했던 면만 지적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자신이 보는 식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다. 만약 이 말을 그녀가 본다 하더라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에 들 수는 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니까.
자신의 전공인 경영학과 8년간의 유학생활로 얻은 영어실력을 접목시켜 스스로를 상품화하고 마케팅하여 스타강사로 자리잡은 그녀. 그녀는 자신의 경험과 이론적 지식을 삶에 잘 이용한 케이스다. 비평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하자면, 37살의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아직은 책 전체에 인생을 통달한 사람이 가지는 마음의 여유보다는 치기어림과 감출 수 없는 자부심, 자신만의 철학이 절대적으로 옳으니 나를 따를 사람은 반드시 나처럼 해야 한다는 강요가 철철 넘친다. 그러나 10년 후의 그녀라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책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녀의 나이에 어울리는 것 같다고도 생각해본다.
p.s 1.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 대한민국 대표 토익 강사 이익훈 선생이 지난 2008년 5월 3일 향년 61세로 별세했다는 것. 놀랐다. 이익훈 토익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적인 바이블 아니었던가. 요즘같이 수명이 늘어난 시대에 고작 61세로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 학원 경영에만 신경쓰지 말고 자신 건강도 좀 신경 쓰시지. 이익훈 토익 책, 그것도 친구가 줘서 얻어 본게 전부이긴 하지만 괜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잃은 기분이 든다.
p.s 2.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영어공부를 하는게 효과적이란다. 알고는 있어도 괜히 유명한 사람이 말해주면 권위에 힘입어 그럴듯 해 보이는 심리. 나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ㅎㅎ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영어권 영화다. 오늘부터 당장 자막 떼고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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