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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 은희경

gowooni1 2008. 10. 10. 00:25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 은희경 : 창비 : 296p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빠스떼르나끄와 A.S 그리보예도프가 했다는 말이다. 은희경이라는 저자가 생각한 말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오늘 조금 슬펐다. 무엇때문에 슬픈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이별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오랫동안 사랑한만큼, 헤어짐을 견뎌내는 데 필요한 시간도 긴가보다.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가 빅과 헤어졌을때, 미랜다인지 샬롯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사랑했던 시간 절반정도의 기간이라고. 만약 그녀들의 말이 맞다면 내가 앞으로 견뎌내야 할 시간은 지금보다는 확실히 더 길다. 자신이 없다. 갑자기 텅 빈 나의 50%를 잘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기분이 하루이상 지속되면 나의 70%는 잃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울하다.

 

내가 우울하건 즐겁건,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것 중에는 책이 있는데, 오늘은 얼마전 구입한 은희경의 단편소설집-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읽었다. 단편집인지 모르고 샀다. 제목만 보고 멋지길래 구입했는데 조금 속은 느낌이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의 습성을 나 역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관대해져서 단편도 많이 읽는 편이다. 어쨌든, 이 책을 보고 조금은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 은희경의 소설은 전체적으로 우울한 기분이다. 일전의 '그것은 꿈이었을까'도 그런 분위기였는데, 이 단편들도 우울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단편소설 역시 우울하다. 나는 행복이라는 말에 속았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그린줄 알았는데, 불행한 사람이 시계를 보며 살고 있는 이야기만 그렸다. 결정적인건, 오늘같은 심정의 내가 읽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거다. 만약, 오늘의 나같은 심정을 가진 사람이 은희경소설을 읽는다면 나는 말리겠다. 물론, 그 사람이 우울한 기분을 한껏 만끽하는 취향의 소유자라면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