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 기욤 뮈소 : 윤미연 역 : 밝은세상 : 448p
기욤 뮈소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소설 3가지가,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아예 3권을 패키지로 묶어서 할인율이 엄청난 것처럼 포장해 팔고 있는데, 사실 각권 사서 보든 세권을 같이 사서 보든 가격은 같았다. 기왕 살거 다 같이 사서 볼까 하고 고민하다가 일단 한권만 보고 결정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구해줘'만 주문했는데, 과연, 백번 잘한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한번 보면 꼭 갖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데, 이 책은 뭐랄까. 참으로 통속적이라고나 할까? 재미는 분명 있지만 매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소설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장치는 여기저기에 많이 장착해놔서 끝부분에 다가갈수록 앞뒤가 들어맞게 만들어놓은 구성도 좋은데 지나치게 깊이감을 넣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독자를 겨냥하고 썼을 저자가 상상된다고나 할까? 분명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치지 못하는 매력이 있고, 흡인력도 굉장하며 다 읽고 나면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영화같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IF onLY'가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다. 소재에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흠이다. 처음 부분에는 매우 로맨틱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시작되는 듯 싶더니, 매우 쌩뚱맞게 유령이 나오기 시작한다. 흠, 뭐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IF onLY에서도 비슷한 흑인 아저씨가 자신이 '신'이라면서 나왔으니까. 그러다가 소설의 첫부분 분위기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마약 중독자, 잔학무도한 마약 밀매상 등등이 나와 잔혹한 장면을 연상되게 하는 부분에서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이 이야기가 이 소설에 왜 필요한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의 잔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소설 전체적인 느낌에 비하면 마이너스다. 그래도 가장 다행인 부분은 이 소설이 해피엔딩이라는 건데, If only에서는 결국 한 사람은 죽는다는 결말로 나오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도 그런게 아닐까 하고 내심 걱정했다. (나는 해피엔딩 중독자다) 제발 샘과 줄리엣 둘다 무사히 살아서 행복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여운으로 소설을 끝내주기를 바랐다. 저자가 ,책의 첫부분을 읽을때보다 다 읽고 나서 더 큰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여담을 써놨기 때문에 내심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는 기대했다. 그리고 다행히 저자는 내 기대를 저버리는 엔딩을 만들어놓지는 않았다.
448p라는 엄청난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사실, 많은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책의 페이지 수가 300페이지를 넘어가면 잘 손이 가지 않는게 바로 나라는 사람인데, 이 소설은 저자의 철학은 많이 녹아있는지 모르겠고 스토리와 상황묘사, 그리고 등장인물 들의 깊지 않은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즉 한 번 가볍게 기분 전환 삼아, 영화 한편 보듯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지인의 말을 통해, '사랑하기 때문에'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내용이 다 비슷비슷 하다고 들었으니 또 이런 종류의 소설이 읽고 싶어 지는 기분이 생긱 때에는 반드시 빌려봐야 겠다.
너무 악평만 썼나? 중요한 사실 하나, 재미는 확실히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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