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혁명 : T.R 블랙슬리 : 최현 역 : 범우문고 : 130p
이 책의 원제는 The Right Brain 즉, 우뇌혁명이다. 우뇌 혁명을 굳이 두뇌 혁명이라고 제목을 바꿨다 하더나도, 책의 전체적 내용에 비춰봤을 때 크게 상관은 없어보이지만 저자가 말 하려는 의도와는 조금 어긋난다. 저자의 의도는 확실히 두뇌 혁명을 하라는 것보다는 우뇌를 혁명하라는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미 1982년에 초판이 나온 것으로 봐도 오래 전에 나온 책임을 알 수 있고, 그때 당시는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과 실험들이었을테지만 이미 25년이 지난 지금은 책의 많은 부분들이 상당히 보편적인 지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크게 '아~ 그렇구나' 하는 부분은 없다. 물론 뇌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부분이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읽는 도중에 몇몇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도 저자의 관점에서 재해석되었기 때문에 새롭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좌뇌는 언어적, 논리적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우뇌는 비언어적, 공간적, 직감적 능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상식처럼 알고 있다. 또 좌뇌와 우뇌는 뇌량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의 기능이 조금씩은 오버랩 되어있기도 하고, 서로의 기능적인 부분을 도와가며 우리의 삶을 지탱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블랙슬리는 여기에 착안하여, 분할뇌 환자 실험의 풍부한 예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실은 좌뇌와 우뇌의 두 뇌를 가지고 있으며 이 분할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한 사람에게 두 인격이 존재하는 것 같이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분할뇌 환자에게는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한 사람의 머리에 두 사람이 존재하는 것 같이 행동을 하기 때문에 여러 실험으로 보면 일반인들과 비교하여 몇몇 결함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는 크게 지장이 없으며 그 이유는 결국 다른 두뇌라 할 지라도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할뇌 환자는 자신이 관장하지 않는 반대편 영역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니라는 인식이 뚜렷하며, 또 우뇌에서 심상으로 떠올린 여러가지 직관적인 것들을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우뇌에서 떠올린 영감을 언어로 표현해주는 좌뇌와 연결되는 뇌량이 끊겼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뇌량의 역할 중요성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뇌와 관련된 책을 보다보면 남성의 뇌량보다는 여성의 뇌량이 더 두껍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 책에서는 그 뇌량의 차이 때문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감각적이고, 좌뇌와 우뇌의 역할 담당이 느슨해서 실생활에서 더 감성적으로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내용을 '그래서 여성이 감정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뇌량의 두께는 가능한 한 얇을수록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뇌량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뇌량의 두께가 얇건 두껍건 어느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천재들은 뇌량의 두께가 얇아 좌뇌와 우뇌의 전문적인 영역을 각기 잘 발달시킬수 있었던 남성들이기는 하지만, 그런 천재들이 일상생활의 영위가 그리 순탄치 않았던 이유는 제너럴한 부분이 그만큼 발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뇌량이 두꺼워서 좌뇌와 우뇌의 역할 분담이 매우 뚜렷하지는 않은 여성이나 왼손잡이에게는 그래서 제너럴리스트가 많으며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천재는 없었다는 것을 볼때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뇌량의 두께가 얇고 두꺼운 것중 어느쪽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좌뇌와 우뇌는 그 학습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울때에는 이것을 좌뇌를 이용해서 배워야 할지, 우뇌를 이용해서 배워야할지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예를들어, 음악이나, 댄스, 미술같은 부분을 좌뇌를 이용해서 배우려고 하면 제대로 배우기도 힘들 뿐더러 비효율적이고 흥미를 유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뇌를 이용하면 한번 보고 듣고, 느끼기만 하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 있는 것이 그런 부분이기도 하며 그래서 우리는 좌뇌적인 부분과 우뇌적인 부분을 각기 잘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너무 지나치게 편향된 좌뇌 중심적 교육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는 무의식의 영역인 우뇌를 무시하는 경향이 짙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블랙슬리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만년에 걸쳤던 인류의 역사를 볼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초기 역사는 비언어적이고, 지나치게 우뇌적이었기 때문에 기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인간이 좌뇌를 사용했을때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우리는 좌뇌의 역할을 충분히 드높임과 동시에 잠깐 역전된 두뇌사용양상을 고려하여 다시금 우뇌의 중요성도 느끼고 양 뇌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
좌뇌와 우뇌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각의 스페셜한 부분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분화된 두뇌의 특징과 중요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각 개인의 몫이다. 수동적인 생각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런 지식을 알고도 알지 못한 것만 못하다. 현대인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활자로 축적된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그를 이용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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