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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간의 재무장관이다 :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gowooni1 2008. 10. 15. 10:12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널드 베넷 : 이은순 역 : 범우사 : 130p

 

이 작고 얇은 책을 어릴 적에 봤을 때에는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아서, 한달 넘게 항상 손에 들고 다녔었다. 휴대하기도 간편하거니와 아무렇게나 한 페이지를 펴봐도 모든 말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에 더 좋았다. 이 책을 가지고 다닐때만큼은 항상 시간은 내가 제어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 한달 동안의 내가 완벽한 내 시간의 재무장관으로서 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부터인가, 나는 굉장히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아침형 인간도 사서 보고, 저녁형 인간도 사서 보고, 온갖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있는 방법론이 적혀있는 책은 무턱대고 읽었었다. 그 전까지는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전략을 세우거나 노력해본 적이 별로 없었나보다. 그렇게 열심히 시간 자기 계발서에 몰두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전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이상만 앞서서 하룻동안에 도저히 할 수 없는 분량의 일을 계획해두고 그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좌절하곤 했다. 물론 지금은 경험으로 인해, 생각보다 하룻동안 할 수 있는 분량의 일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몇 가지만 계획해두고 그것만 몰입하여 끝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렇게 목표한 량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도 잘 알고 있다. 아무튼 그 때 당시는 시간 관리만 잘 하면 내가 목표한 일을 다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방법론들에 그렇게 마음이 끌렸나보다.

 

그러다가 TV에서 김윤아가 하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왜 아침형 인간이 되야하는 거죠? 나는 늦잠 자는게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무엇 때문에 이런 내 행복을 빼앗기면서까지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야 하는데요? 나는 24시간이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요."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보려고, 아침에는 꼭 5시에 일어나서 명상이든 공부든 해보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내게는 가히 쇼킹하였다. 아,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 어린 나에게는 참 새롭게 다가온 발상이었다.

 

하긴, 내가 하루 24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면 굳이 48시간으로 사는 방법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24시간을 48시간으로 늘려서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내 하루를 보람차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온전히 내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산다면 나는 굳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론 책들에 손을 뻗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에 관한 자기만의 철학이 부족했던 나는, 김윤아의 그런 말을 듣고도 많은 시간관리서들을 읽었다. 자기만의 철학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많은 책을 읽는 것은 안좋다고 쇼펜하우어가 경고했지만 그래도 나는 일단 인풋이 있어야 자기만의 철학이라는 아웃풋이 생긴다고 믿는 편이기 때문에 꾸준히 인풋을 늘려갔다. 그렇게 읽은 책 중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이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놀스 베넷과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인들의 근면성실한 청교도적 인생관이었는데, 기독교 국가인 영국에서는 인간은 반드시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국의 신사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관은 나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 그들은 일과 자신들의 취미, 자기계발, 지적능력 향상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밥벌이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중 8시간은 반드시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시간을 떼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치 6~8시간은 잠을 자야한다고 떼어 놓는 것처럼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비해 근래에 새로 정립된 나의 생각관은 이와는 다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단순한 밥벌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말 좋아서, 미칠듯이 좋아서 하는 일만 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일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일이 나의 노예가 된다. 만약, 아직까지 미칠듯이 좋아서 하는 일을 찾지 못한채 그냥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좀먹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일의 노예지 인간이 아니다. 이것이 몇년전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베넷을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내가 다시한번 읽었을때 확연히 바뀐 내 인생관의 차이인 것 같다.

 

이런 사고방식에 비판을 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항상 진리처럼 다가온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나는 여전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며, 자기성찰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이 든 부자보다 나이 어린 거지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무한한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는 아직도 많은 시간을 보유한 '시간부자'이고 이를 항상 생각하며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내 지갑속에 들어오는 24시간이라는 시간자본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