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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경영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 얼굴 경영 -주선희

gowooni1 2008. 10. 10. 10:13

 

 

얼굴 경영 : 주선희 : 동아일보사 : 391p

 

며칠전,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다. 그 사진관 아저씨는 자신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듯 보였다. 내가 조금 나이가 어렸다면 '저 아저씨는 너무 불친절해. 다시 안와'라고 생각했을텐데, 지금은 '저렇게 자신의 일에 자신이 있다니 믿음직스러운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는 어떻게든 얼굴 근육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하면서 몇방 찍었다. 한 열방은 넘게 찍었나. 그 중, 가장 잘 나온 것을 주려나 보구나 하면서 나는 기꺼이 그 의도에 따르며 사진을 찍었다. 다 찍고 나서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가장 얼굴이 갸름하게 나온걸로 주세요."

나는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정색을 하고 말하는 거다.

"갸름하게 나와서 뭐하려고?"

"네? 그야 저는 얼굴이 땡글땡글하니까요"

당황스러워서 웃으며 말을 하는데 아저씨는 계속 정색을 하며 묻는다.

"아가씨, 몇살이지?"

"ㅡㅡ; 스물 여섯이요."

"이십대 초반이라면 나도, 애들이 원하는 사진 찍어주지. 그런데 이십대 중반이 넘어가면 외모로 경쟁해야 하는 때는 지난거야. 인상으로 승부하는 거지."

"ㅡ..ㅡ; 네. 그럼 인상이라도 잘 나온걸루 주세요."

 

그랬다. 인상으로 승부를 하라는 소리에 나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 나 역시 이제는 얼굴의 상이나 곱게 나이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 말을 들으니 잊고 있던게 생각난거다. 솔직히 나이가 많든 적든, 외모보다는 인상이 좋은 사람이 훨씬 사람으로서 좋아보이지 않던가? 그건 이십대 초반이건 중반이건, 후반이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봐야지 하면서도 깜빡거리며 잊고 지나갔던 책이 하나 생각나서 곧장 주문했다. 그 책이 바로 주선희교수의 얼굴경영이다.

 

우리나라에 얼굴경영학이라는 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안 될 것이다. 나 역시 올 초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 이라는 팜플랫을 보고 알았다. '어? 이런 과도 있구나.'라고 보며 유심히 살폈던 것이 내가 얼굴경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계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의 관심은 드디어 이 책을 꼭 봐야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길만큼 커진거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경영학과는 좀 세련되게 말한 편이고, 관상학과 정도가 더 맞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아무래도 도를 아십니까,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대거 교육하는 곳이라도 있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러 그 앞 대로를 지나갈때면 어김없이 '아가씨 잠시만요, 얼굴에 복이 너무 많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팔까지 붙잡고 놔주지 않을 때가 종종있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얼굴이 만만한 인상인가?'라고 생각되어서 화도 났는데, 요즘은 그냥 조용히 대꾸 안하고 지나친다. 그러면서 나도 내 인상이 어떤 인상인지 분석해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는 도중에 내 얼굴은 어떤 인상인지 자꾸 거울을 보며 분석하는 습관이 생긴다.

 

주선희라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상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라고 한다. 관상을 보는 사람들 특유의 말투가 책 전체에 녹아있다. 과학적으로는 전혀 입증되지 않는 말을 진리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말한다. 예를 들면,' 턱이 지나치게 돌출되있으면 운기가 떨어진다', '이마는 하늘의 복을 물려받는 마당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근데 풍부한 예와 그럴듯한 말이 많아서 어느정도는 맞아 떨어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웃으면서 보면 어느새 391페이지를 다 넘기고 만다. 만약 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철학관이나 점보는 곳에 가기 보다는 이런 책을 하나 사서 읽으면서 자신의 상을 스스로 바꾸는 편이 훨씬 나을 듯 싶다. 저자 스스로도 이렇게 말한다. 인상은 생김새가 좌우하는 부분은 3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70%는 후천적인 것으로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이다. 나는 후천적인 부분에 90%정도의 할당을 하고 싶다. 사실 생긴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가꾸느냐에 따라 좋은 인상이 좌우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후천적인 부분이라는 것에는 성형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조금은 하고 싶었던 성형수술-이교정-에 대한 생각은 매우 말끔히 사라졌다. 성형을 한다고 해서 나의 인상이 바뀌기보다는 마음가짐을 바꿔서 인상을 바꾸는 것이 진짜라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얼굴을 경영한다는 말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마음을 경영한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경영한다. 목소리를 경영한다. 몸가짐을 경영한다. 덕을 높인다. 등등. 사람의 몸은 어디 한 곳을 별개로 파악할 수 없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소우주라고 생각한다. 나쁜 마음을 품고 살면 얼굴도 표독스럽게 변하게 되는 것처럼.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자신을 잊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가도,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수시로 자신을 다잡고 이런 책이라도 한권 읽으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삶.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면 좋겠다.

 

1. 눈, 정신이 머무는 집
2. 코, 재물을 모으는 금고
3. 입술, 관능의출입구
4. 귀, 유년시절의 이력서
5. 눈썹, 대인관계의 척도
6. 인중, 가문의 역사
7. 수염, 남성성의 깃발
8. 치아, 운기를 연주하는 건반
9. 턱, 말년의 복주머니
10. 뺨, 마음과 건강의 리트머스
11. 머리, 하늘의 양기를 모으는 안테나
12. 이마, 하늘의 복을 물려받는 마당
13. 얼굴, 운명을 그리는 캔버스
14. 목, 초년과 중년의 가교
15. 어깨, 쫙 펴면 인생도 쫙
16. 유방, 예쁘면 남편 운기 '빵빵'
17. 배, 든든한 만년을 위한 창고
18. 등, 반듯이 세워야 할 인생의 기둥
19. 허리, 곡선에 담긴 '사랑의 언어'
20. 엉덩이, 탱탱하면 일과 연애도 탱탱
21. 성기, 변강쇠형 따로 있을까
22. 손, 입이 말하지 않는 진실
23. 다리, 무 닮으면 말년 튼튼
24. 발, 신체의 소우주
25. 피부, 마음과 행동의 거울
26. 점, 인생길에 만나는 먹물?
27. 먹는 모습, 복을 담는 그릇
28. 걸음걸이, 삶의 행로를 걷는 모습
29. 말씨, 마음을 잇는 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