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역 : 391p
젊다는 건 특권이야. 이게 작가가 말하려는 건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다. 너무 많은 소설을 남발하는 작가인것 같아서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손에 들어오게 되어서 약간은 고의적으로 읽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단점은 아마 작품에 무게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스무살 도쿄, 무척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가볍다. 그런데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재미도 있고, 술술 읽히고, 59년생들의 청춘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10년간, 스무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기간 중 6일을 묘사하면서 소설은 구성된다. 10년 중 단지 6일이지만, 그 6일간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삶을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삶의 방식, 생각관, 일에 대한 태도 등등. '나'가 등장하지 않는 3인칭 작가시점이지만 다무라 히사오를 '나'라고 바꾸어서 읽어도 전혀 상관없다. 다른 사람의 심리묘사는 거의 없고 이 주인공의 심리만 상세히 묘사되어 있으니 말이다.
나는 80년대 생이라, 50년대 생, 60년대 생의 사람들에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들은 나보다 고작 20~30살 더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요즘의 내가 누리고 있는 청춘이 있었을 거고, 꿈을 향해 달리던 시간이 있었을 거다. 그 시대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했던 가수들이 있었을 거고, 브랜드가 있었을 거고, 영화가 있었을 거다. 내가 태어나던 80년대가 한창 청춘이었던 그들. 80년대의 자잘하지만 역사적으로 남을만한 사건들이 있었던 날들을 6일중 하루로 묘사한 것도 왠지 더 실감난다. 더불어 우리 엄마에게도 이 주인공 같이 그저 젊고 밝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엄마에 대해 내가 그동안 너무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인생은, 엄마 나이 30살 이후부터의 인생뿐이다. 분명 엄마에게도 20대의 꽃다운 시절과 화려했던 연애의 경험들이 있었을 게다. 나는 갑자기 그런 엄마의 인생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하루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어쩜 그렇게 하루라는 시간을 잘 묘사했을까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주인공이 다무라 히사오인 청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6부작의 미니시리즈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연속적으로 본 느낌. [스무살 도쿄]는 59년생 사람들의 20대를 그린 80년대 배경의 복고풍 청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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