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도쿄 게스트 하우스-가쿠타 미츠요

gowooni1 2008. 9. 8. 01:34

 

 

도쿄 게스트 하우스 : 가쿠타 미츠요 : 맹보용 역 : 167p : 랜덤하우스 코리아 

 

 

도쿄 게스트 하우스. 이름만 들어도 민박집 분위기가 폴폴 풍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게 떠오른다. 여행은 솔직히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고생하는 것임은 인정. 그러나 그런 여행의 자유로움에 한 번 매료되기 시작하면 항상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여행인 것이다.

 

이 책의 작가 가쿠타 미츠요도 여행 매니아라고 한다. 자신이 여행을 너무나 좋아해서 그런지 등장인물들 거의 모두가 여행자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이 소설의 배경이 게스트 하우스 이다. 여행하다 숙박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여행자 아니겠는가? 뭐, 이 여행자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적어도 한 명 쯤은 동경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할 만도 한데 하나같이 별 볼일이 없다. 별 볼일이 없다는 내 말은 지극히 내 기준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생각관을 아주 여실히 드러내준다고나 할까. 다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행자, 젊은이들은 꿈이 없다. 꿈이 없고 현재 느끼는 기분에 그저 충실하다. 미래에 대한 준비? 그런건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 하루하루 즐겁고 웃으며 사는 것이 이들의 삶의 방식이다. 물론 이런 삶의 방식이 나쁘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대책없어 보이고 좋아보이지 않는다.

 

동전 몇푼 가지고 6개월간의 해외 배낭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주인공 또한 정말 대책없다. 그 동전 몇 푼 가지고 여자친구 마리코에게 전화를 하면 자신이 머물 곳은 해결될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아키오는 장장 6개월간의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여자친구에게 아무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인물이다. 그러니 당연히 마리코는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을테고, 그 사이 새 애인이 생겨 함께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키오는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빈털털이의 주인공은 배낭여행을 하다가 만난 쿠레바야시라는 한살 연상의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숙박을 요청한다. 쿠레바야시 씨를 따라 들어가 생활하게 된 게스트 하우스, 여기가 바로 소설의 배경이다. 일반 단독주택이지만, 그녀의 할머니가 여관을 하고 싶어 임의로 칸을 막고 지은 것을 그녀가 물려 받아 임의로 숙박을 제공하며 운영한다. 아무 생각없이 운영하기 시작한 만큼 아무 룰도 없다. 결국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소설을 위기로 몰고 간다. 뭐,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 보시길.

 

돈이 없으면 취직을 하는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한다. 물가가 비싼 나라에 사는 국민들인 만큼 궁핍하고 쪼들리는 생활습관이 당연한 것으로 몸에 베여 있다. 하지만 물가가 비싼 만큼 아르바이트 비도 낮은 편이 아니라 그것 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돈이 조금 모이면 다시 한번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고. 이런 자유로운 생각으로 사는 것이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구속 당하지도 않는다. 항상 현재의 삶을 여행을 하듯, 잠깐 머물다 가는 것처럼 자유롭게 산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지만, 잠깐 머물기 때문에 항상 머무는 곳마다 즐겁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게 첫번째 이유로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한다는 것과 잠깐 머문다는 것의 차이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나는 여행과 내 일상 생활을 구분하는 사람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고 싶다. 일상 생활에서도 어차피 잠깐 머물다 가는 인생인데, 라면서 그저 순간의 쾌락과 진지함을 추구하는 인간은 되지 못한다. 나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진지한 면이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까지 여행의 기분을 느끼며 산다는 게 왠지 내 인생을 소중히 다루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다 일상에서 느끼는 진지함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럴 �만 잠깐 이런 생각관으로 도피해 스트레스를 해소해 버리면 된다고 생각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에 매일 일탈을 꿈꾸게 되고,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며 항상 그리워 한다.

 

뭐, 저마다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 나는 누구에게도 나의 스타일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항상 강요할 사람을 찾는다. 나는 유대감은 구속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길들여져가야 한다는, 어린왕자의 여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최근들어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여기에 존경이 반드시 함께 따라다녀야 한다는 것 정도다. 구속과 함께 하는 존경은 어느 정도의 유대감과 함께 거리감을 구축하는데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고, 요즘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