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책상은 책상이다-페터 빅셀

gowooni1 2008. 8. 30. 21:00

 

 

페터 빅셀 : 이용숙 역 : 예담 : 104p

 

얼마 전, 내 방에 있는 책꽂이를 주욱 눈으로 �다가 이 작고도 얇은 책에 눈이 멈췄다. 이런 책이 있었던가? 하고 양장본으로 된 표지를 넘기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03.12.XX , OO이 생일을 축하하며...'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이 책이 생일 선물로 내 손에 들어 왔다는 것과 맨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 그러고 보니 벌써 이 책을 알게 된지도 5년이나 지났던 것이다. 세월이 정말 빠름을 느꼈다. 이 책은 선물 받은 날로 바로 읽고 나서는 단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아서 여전히 새 책 같은데 시간만 아무 뜻 없이 지난 것 같다. 세월을 비껴 지나간 듯, 어제 출간한 듯, 깨끗해 보이는 책. 마치 5년 전에 묻은 타임 캡슐이라도 여는 심정으로 이 책을 들춰보았다.

 

여전히 간결하고 빠른 스피드로 읽어 나갈 수 있다. 동화 같지만 간단한 동화는 아니다. 동화라고 하기엔 내용이 호락하지 않다. 한 번 읽고, 한 번 생각하고, 또 한 번 생각해도 저자의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릇은 작지만 그 내용물에 너무나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어서 딱 이거다, 하고 해석 할 수 없는 맛을 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의 매력 이라고는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낼 수 없었던 책이다. 아직 세상을 덜 살았을까? 그래서 내 철학의 부재가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5년 전에도 몰랐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모르는 것에는 일단 자신이 없다. 안다고 할 것도 없는데 섣부른 내용을 이해한답시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잘못 해석했다 해도, 일단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는 오롯이 나의 것이니 그 때는 아는 척을 할 수 있겠지만 모르는 것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어설프게 다른 사람이 평론한 것을 내 결론인 양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책이 가끔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하나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나는 이 책이 말하는 의도를 언제쯤 파악 할 수 있을까? 다시 5년 후에 읽어야 하나? 그 때도 모르겠으면 어쩌나. 그럼 또 다시 5년 후에 읽어야 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해할 날이, 이해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되어 받아들여질 날이 있겠지. 어쩌면 그 때가 이 책의 주인공들 만큼의 나이를 먹었을 때,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