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2008.07.15-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김은주

gowooni1 2008. 7. 15. 11:50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어보았을 때, 비교적 다른 책에 비해서 평이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때 읽어보려고 사 두었던 쇼펜하우어의 의자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나,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너무 내게 어려워서, 구입한 지 5년이 넘도록 읽어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래도 조금씩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조금씩 읽혔다.) 어쩌면 5년 전보다 조금은 정신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에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이 책이 이 전의 두 책에 비해서 정말 쉽기 때문에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도입부분의 몰입도와는 다르게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려워져서 결국 나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한 번 읽어보았다고 말하기가 좀 그랬다. 무엇을 읽었다고 말한다는 것은 내가 어느정도 그 책을 이해한다와 같은데, 내 경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덮어둔 게 벌써 몇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다시 그것을 내 식대로 해석하여 책을 편다는 것. 나는 그것이 자신의 고유한 사상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같아서 지금껏 이런종류의 책은 별로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막상 펼쳐들고 보니 지금껏 내 편견이, 다른 사람들의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 전에 한번 방법서설을 접해보고 나서 읽었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진품을 접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깔려 있기 때문에 순수한 상태로 접할 수 없을 것이다.

 

데카르트는 방법적회의와, 그로인해 얻은 절대적 진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유명세를 얻었고 우리도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이를 외워야만 했기에 고등학교때 처음 접한 철학자이다. 그때 나는 이 방법적 회의에 별로 관심이 없다가, 몇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이 절대적 진리에 의문을 품었었다.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면 존재를 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이 명제는 논리학적으로 볼때 성립하지 않는다. 이 명제의 대우는 나는 존재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다 이니까.

 

그러나 내가 논리를 떠나서 철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할때 이런 식의 물음은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생각하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접근할 때, 데카르트와 나는 이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이 다를 것이다. 데카르트의 [존재한다]는 의미는 동물이 아닌 이성적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고, 나는 이성적 인간이 아닌 순수한 영적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의미이니까. 의심의 대가이자 절대적으로 이성만을 추구했던 데카르트는 아마 영적인 것은 고려하지 않고(어쩌면 제외하고) 이런 명제를 성립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데카트르의 방법서설은, 자신의 사상을 그저 한번 그림을 보여주듯 보여주는 자서전 같은 철학책이라고 한다(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이다). 보통사람들이 쓰는 자서전은 내가 어떤 식으로 살아왔고, 어떤 인생을 보내왔는지를 알려주는 자서전인데 반해, 데카르트의 이 자서전은 자신이 어떤 정신적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말해주고, 이 정신 여행을 총괄하여 사람들에게 그저 한번 보여주기 위해 쓴 책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관을 강요하는게 아니고, 선택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마치 화가가 그림을 통해서 뭔가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번 보여주고 감상은 관람자에게 맡기는 것 처럼.

 

난 솔직히 데카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 전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몇번 읽어봐도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읽어볼 때, 지금보다는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오늘은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는 이 책을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보기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