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쇼펜하우어 문장론-쇼펜하우어

gowooni1 2008. 10. 7. 23:29

 

 

쇼펜하우어 문장론 : 쇼펜하우어 : 김욱 : 지훈 : 227p

 

[사색하고 독서하며 글쓰는 인생은 남다르다]

 

사실 쇼펜하우어 스스로가 '문장론'이라는 책을 낸 적은 없다. 그의 말년에 쓴 인생론 에세이 [여록과 보유]중에서 사색, 독서, 저술에 관련된 부분만 우리나라의 '김욱'이란 사람이 편집해서 '문장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친구가 추천해 줘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이미 읽은 기억이 있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예전에 여록과 보유를 읽었다. 이걸 읽으면서도 다른 부분은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아, 사색, 저술, 독서에 관한 부분만 유심히 살펴 2번이나 읽었으니 아무리 오래전에 봤어도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당연하다.

 

그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어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절대적으로 믿지 않지만, 이 문장론에서만큼은 시니컬한 말투가 아주 뚝뚝 묻어나온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시니컬한 이미지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듣는지라 쇼펜하우어를 옹호하고 싶은 입장이지만, 여기서 보여지는 시니컬함은 내가 봐도 대단하다. 대놓고 비판하는 독일 국민 성향의 아둔함이라든지, 독서를 많이 하면 바보가 된다든지, 그가 싫어하던 헤겔이나 셸링을 실명을 거론하며 무시하는 그의 문장에서는 영락없는 세상 쓴맛 다 본 63세 할아버지의 못마땅함이 가득한 목소리이다. 문체는 '정신의 표정'이라고 말해놓고, 정작 본인은 표정관리를 하지 않았다고나 할까? 굳이 표정관리를 하지 않은채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을 노렸다면 효과는 매우 좋은 문체이다. 그리고 그 시니컬한 비판 가운데에는 진리가 녹아있어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시시콜콜하지만 다 맞는 이야기만 골라하고 있는 것이다.

 

사색 ; 깊이 생각하기 ------------>사색의 부분에서는 무분별한 독서만큼 나쁜 것은 없다는 것을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 3챕터만 읽어본 사람은 63세의 늙은 쇼펜하우어 할아버지가 귓가에 대고 잔소리 한다는 인상을 받을 만큼이다.

글쓰기와 문체 ; 자신의 사색을 녹여서 쓰기 ------>글쓰는 것에 있어서 주제의식을 명확히 갖고 쓴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에 명료하지 않으면 나 역시 형용사나 온갖 미사여구로 글자수만 늘릴려고 노력하게 되곤 함을 경험상 알았으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명료하고 주제가 정확하다면 미사여구, 형용사 그런것에 전혀 개의치 않게된다. 적확한 단어의 선택만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역시 나보다 오래 산 인생선배 입장에서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장으로 표현했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맞아맞아 하고 고개를 100번은 끄덕거렸을 것이다.


독서 ; 생각하며 읽기 -------------->독서에 대해 시니컬하던 그도, 무조건적인 독서만 싫어했을 뿐, 읽은 것을 항상 생각하고 되뇌여서 자신의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는 독서와 양서를 골라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갖고 시행하는 독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나는 그의 무조건적인 다독이 양적으로 기준서는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내가 책을 읽는 속도가 늦는 것 역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가 그렇게 독일 국민이 아둔하다고 비판하고, 진정한 고전은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길이 남는 법이라고 반복해서 말한 것을 보면, 그의 저서가 생전에는 헤겔의 빛에 가려져 그 빛을 발하지 못했고, 자신의 저서를 눈여겨 봐주지 않은 독일 국민에 대한 책망이라고 생각이 되어 조금 웃음이 나온다. 고집불통에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심한 모습의 그가 상상이 된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는 주제의 핵심은 그 자체로 진리라서 나는 두고두고 생각하며 내가 글을 쓰거나 문장을 쓰는데 참고하고 싶다.

 

보통 책의 핵심은 앞부분에 포진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 책 자체가 일부 발췌된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놓칠 부분이 없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주옥같고, 김욱이란 사람이 잘 편집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항상 나은 글을 쓰고 좋은 문장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이상 이 책을 글쓰기의 정석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왠지 내게는 이태준의 문장강화 보다는 이 책이 좀 더 맞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