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2008.07.08-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김혜남

gowooni1 2008. 7. 9. 00:29

이 책 제목부터 서른살이라는 나이대를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읽을 만한 책은 아닐 거라고 결정내렸다. 그런데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게 아무래도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보통 책의 날개나 프롤로그를 시작해서 20페이지 정도는 읽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이런 느낌이 드는 책은 그냥 사는 편이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던지 처음부터 줄줄 읽히는 것이 참 내 선택은 탁월했다 싶어 뿌듯했다.

 

그런데 그 느낌도 잠시, 내 기분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래서 어쩌자는거야?'

 

이 책은 정신과전문의가 쓴 책이다. 그리고 제목이 서른살 정도 되는 자신의 환자들이 상담하고 간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뭔가 특별하고 무릎이 탁 쳐질 시원한 대답을 원했던 것이다. 물론 무릎이 탁 쳐질만큼 공감되는 예시가 많기는 많다. 최근 개봉되었던 영화나 베스트셀러 책, 드라마, 인터넷에 떠도는 에피소드 등 대중들에게 친숙하여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예시들도 많이 사용하였고, 중간중간에 저자의 전공분야 사람들의 예시도 소개하여 신빙성을 더했으며, 그리하여 납득이 갈만한 내용이 많았다. 어쩜 저렇게 영화나 책들의 내용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것으로 해석하여 잘도 포장하고 책까지 내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았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가 읽었을 때는 이런 정도로 파악되었던 내용이 정신과 전문의라는 사람의 시각을 거치면 이런 식으로 해석되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뭔가 시원한 대답을 얻고 싶다'는 화두를 머릿속에 계속 상기시키면서 읽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단번에 읽어 내려갔을 만큼 몰입도도 높은 책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통해 뭔가 마음을 탁 트일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아하! 그러면 되겠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해답을 원했던 것이다. 사실 사람의 인생이 다 다르고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해답이란것이 타인에게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해답을 원했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 뭔지, 저자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 도무지 와 닿지를 않았다. 아직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뭔지 파악의 실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책이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하고 보류하였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읽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책의 내용은 변한것이 별로 없고, 나 역시 그간의 사이에 많이 바뀐 것이 없는 상태일테니 그럴것이다. 아마 이 책의 내용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려면 조금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수는 있겠다. 사랑에 관한 상담 내용이 주를 이루는 4장은 로맨티스트인 내가 너무나 많이 염두에 두고 생각해 온 주제들이라서, 진부하게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은 똑같았고 아마 나중에 봐도 똑같은 느낌을 받겠지만, 나머지 주제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직 경험해 온 것에만 비례하는 나의 공감능력 덕분에, 1년후의 내가 보는 이 책의 느낌과, 3년후에 보는 이 책의 느낌은 조금씩은 다르겠지, 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서른살이란 젊음과 나이듦의 장점이 만나기 시작하는 나이이고, 진정 심리적, 물질적으로 독립해 어른이 되가는 시기라고. 그런데 요즘의 서른살들이 그렇게 방황하는 이유는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경험해 봐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할 20대 후반에,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아무런 마음의 준비(어른이 될 준비)도 못한채 30대를 맞이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10000% 공감하였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준 3년의 기간을 너무나 정당화 시켜주는 말이어서 였을거다. 실제로 나는 어영부영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회사 다니다 결혼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 똑같이 사는 모습으로 산다는 것에 목을 죄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껴서 회사를 뛰쳐나온 것 아닌가. 단 하나라도 내가 진정으로 선택해서 걷게 된 내 길이다는 느낌이 있었더라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겐 떠밀려가듯 사는 삶보다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아직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시도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면 좀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서른살의 어른이 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