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 445

애 덕분에, 나 때문에

아기를 좀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마음에 직장 사무실을 집 근처로 옮겼을 때 친구가 말했다. "애 때문에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전부 핑계야." 그게 무슨 말이냐 물었더니 부연 설명이 돌아왔다. "다들 이렇게 말하잖아. 애 때문에 직장을 옮겼다, 애 때문에 회사 때려치웠다, 애 때문에 이사했다, 등등. 하지만 그건 모든 것이 애 때문에 가 아니라 순전히 본인을 위한 일이라는 말이지.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거든. 자기가 좋으려고 하는 일인데 정작 본인은 몰라." 그러니까 이 친구의 말은, 애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웠다고 말하기 전에, 애를 더 많이 보고 싶은 자신의 마음 때문에 때려치웠다고 말해야 더 정확하다는 거다. 그리고 나더러도 '애 때문에 직장을 옮겼다'같은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와 더 가까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방

친구에게서 급작스럽게 전화가 왔다. "지금 강원도 가는 중이야. 내일 양떼목장으로 올래?" 이런 반가운 일이. 우리도 내일 강원도에 갈 예정이었던 거다. 양떼목장에서 아이도 놀리고 바람도 쐬면 좋을 것 같아서 냉큼 그러자고 대답하고는 저녁에 남편에게 말했더니, 반가워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거긴 영동고속도로 타야 하잖아. 우리는 고성 가야 해서 속초 양양 고속도로 타야 하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늘 예측불허라서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행히 출발 당일 아이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그러나 한참 스티커에 빠져있어서 "스티커!"를 연속 외치는데, 스티커를 안 사주고는 장거리 이동이 어려울 것 같았다. 교보문고에 들러 스티커북을 하나 사주고 겨우 출발을 했는데, 이번엔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갯벌체험

아이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데 보통 이런 식이다. "우리 아기는 나를 닮아서 갯벌을 싫어할 거야. 뙤약볕에 미끈미끈한 뻘 속에서 노는 거, 생각만 해도 더워."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닐걸, 아빠 닮았으면 조개 잡고 게 잡는 거 엄청 좋아할 텐데."라며 반박한다. 참고로 남편은 바닷가 도시의 토박이다. 기왕 말이 나온 거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기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보기 위함이라기보다 하나의 경험을 더해주고자 함이다. 아이를 다 키워본 인생 선배들이 하나같이 말하기를, 지금 시기에는 아무리 데리고 다녀봤자 나중에 기억도 못한다고 그랬다. 그러나 데리고 다녀봤자 소용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비록 기억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바다를 책으로만 본 아이랑 직접 두 눈으로 ..

프롤로그

아기가 두 돌이 되던 겨울, 우리는 스키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기에게 새하얀 눈밭을, 설경을 보여주자는 명분이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삼 년간 못 가본 스키장 분위기에 대한 그리움이, 명분으로 합리화되었다. 스키는 못 탈지라도 눈썰매장만 가도 충분할 것 같았다.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눈썰매장에 아기를 내려놓았을 때, 아기는 그야말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무장을 한다고는 했지만 칼날처럼 스치는 강한 바람과 추위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것일 테니, 어른인 우리도 추운데 두 돌 아기는 오죽하랴 싶었다. 그러나 이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이 신기하기는 한지 만져도 보고,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미끄러져 보기도 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눈썰매를 탈 차례가 되었을 때..

[우리, 첫 1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기와 함께 한 첫 1년의 기록인 [우리, 첫 1년]이 출간되었습니다. POD 출간물로, 인터넷 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예스24, 알라딘 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그동안 썼던 글과 그림의 퇴고와 퇴고와 퇴고와 퇴고와 . . . 또 많은 퇴고의 반복 끝에 나왔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음번 에세이 집에서 더욱 성숙한 글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