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Korea/제주도Jeju

켄싱턴 리조트와 해변가든

gowooni1 2017. 7. 9. 09:31

켄싱턴 리조트 내 야외 수영장



제주도에 출발하기 불과 하루 전에 안 사실이었다.


고운 : 준, 큰일났어.

준 : 뭔데?

고운 : 나는 내가 켄싱턴 호텔을 예약한 줄 알았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켄싱턴 리조트가 따로 있네.

준 : 설마, 켄싱턴 리조트에 예약한 거야?

고운 : 응.

준 : 헐, 어떻게 해? 고운이 켄싱턴 호텔 루프탑 수영장 노래를 불렀잖아.

고운 : 그러니까 말야...취소하고 빨리 호텔 예약할까?

준 : 하려면 빨리 해야지.

고운 : (잠시후)....어떻게 하지. 전화를 안받아.

준 : 어떻게 하고 싶어?

고운 : ....지금와서 귀찮은데 그냥 갈까? 뭐 얼마나 차이 나겠어.

준 : 지금 인터넷 검색해보고 있는데, 켄싱턴 호텔과 리조트는 하늘과 땅 차이라네.

고운 : 어쩐지 ㅠㅠ 나는 켄싱턴 호텔을 싸게 예약한 줄 알고 좋아했지 뭐야. ㅠㅠ


그리하여 의도치 않게 가게 된 켄싱턴 리조트. 보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언급하자면, 루프탑 호텔로 유명한 켄싱턴 호텔 서귀포 점은 중문 관광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고, 켄싱턴 리조트는 좀더 서귀포 시내와 가까운 제주 해군기지 근처에 있는데, 리조트에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불빛이 보일 정도이고 또 이마트랑 가까워서 장을 봐다가 뭔가를 해 먹을 수도 있다. 원래 다른 리조트였다가 몇 년 전에 이랜드에 인수된 후 켄싱턴 리조트로 이름을 바꾸었다는데, 거의 20년이 된 시설이라 그런지 오래된 콘도 정도였지만 깔끔하게 유지관리를 하는 면에서는 만족했다.


우리 방은 바로 앞에 야외 수영장이 보이는 5층 해변뷰여서 뷰가 상당히 좋았으므로 곧장 호텔 따위는 잊어버리고, 빨리 래쉬가드를 갈아입고 리조트 수영장에 갈 생각밖에 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었다. 그냥 당당히 들어가 입수하려던 찰나,


스탭 : 입장권 끊고 오셔야 해요.

우리 : 네? 리조트 이용객은 당연히 공짜 아녀요?

스탭 : 아니에요. 대신 리조트 이용객 분들은 할인을 해드려요.

우리 : 헐... 리조트 내 수영장을 돈을 내고 이용해보긴 처음이네..


그렇지만 얼마 전 또 수영을 열심히 배운 준의 '반드시 수영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차마 꺾을 수가 없어서 (나는 별로 수영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울며 겨자 먹기로 수영장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는 말씀. 물이 차가워서 곧장 들어갈 생각이 나지 않는 나와 달리 준은 곧장 입수하여 뽈뽈뽈 자유영 평영 배영을 하며 풀을 종횡무진한다.


고운 : 재밌어? 평영이 많이 늘었네.

준 : 그래?

고운 : 응 4년 전 협재 해수욕장에서 평영하던 준은 그냥 어푸어푸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여유롭게 하는 걸.

준 : 아무래도 늘었겠지! 재밌어. 어서 들어와.

고운 : 난 수영을 못해서 청소년 풀에 가야 할 거 같은데. 그리고 추워 바로 못들어가겠어.

준 : 에이. 거기 재미없어. 들어오면 금방 따뜻해진다니까.


늘 그렇듯 또 속았다. 괜히 어른 풀에 들어갔다가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얼굴을 물에 담그기 싫어서 개헤엄으로 힘만 뺐다가, 그나마 쉬운 배영 시도 중 귀에 물이 들어가서 고생만 하고는 나와버렸다. 에효, 나중에 기쁨이까지 태어나면 이 둘의 체력을 어찌 당할거야. 둘이 같이 놀게 놔두고 나는 편안하게 맥주나 마시며 쉬어야지.


켄싱턴 리조트에는 야외 수영장 바로 위에 '해변가든'에서 흑돼지 바베큐를 팔고 있었는데, 각종 블로거 알바를 풀어 놓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팅들을 봤을 때에는,


"이 정도의 가격에 흑돼지를 먹을 수 있다니 가성비 갑",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고기를 다 알아서 구워줘요. 우리는 먹기만 했어요.",

"해변을 바로 옆에 끼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니 최고"


라는 등 하도 칭찬 일색이길래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갔건만,


1. 인원이 2이라는 이유로 해변가 자리를 주지 않았다.(4인~6인 이상 단체만 가능하다 함)

2. 고기를 처음에는 올려주지만 구워주진 않는다.(알아서 굽고 있으면 절대 오지 않음. 알아서 안 구우면 오는진 잘 모르겠지만 다들 알아서 구워 먹음)

3. 500그램에 35,000원짜리를 시켰는데, 그냥 1인분씩 2개를 시키고 해물라면이나 하나 더 시켜 먹는 편이 나을 뻔했음. 그냥 리조트 내에 있는 식당 치고는 비싸지 않은 편이지, 매우 싸다고 할 수 없음.

4. 실내에서 먹는데에도 불구하고 문을 활짝 열어놔서 1시간 동안 모기를 수차례 뜯김.


이것이 바로 켄싱턴 리조트 해변가든에 대한 아무런 보답 없는 정직한 후기이니, 혹시 나중 가게 될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되면 참고하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켄싱턴 리조트에 대한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었다. 돈을 내고 입장하는 야외 수영장은,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바글바글 하지 않게 운영될 수 있는 듯하고(극 성수기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음), 리조트가 올레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산책을 하기 위한 코스도 제법 잘 갖춰져 있다. 양쪽으로 1급수라는 약근천과 강정천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다음에 정 마땅한 숙소를 정하지 못했을 경우, 다시 한 번 와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켄싱턴 리조트 내 해변가든 흑돼지 반마리 세팅. 고기는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남아있다.


켄싱턴 리조트 옆 올레길 코스 중 하나인 강정천. 1급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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