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경영의 신

gowooni1 2013. 11. 22. 00:23

 

 

 

<경영의 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 현대, LG 그룹을 창건한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책을 평소에 그리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이 세 명의 이야기도 다소 소설적으로 그려졌다. 세 명의 이야기를 한 권에 병렬적으로 구성하는 만큼 엄청나게 상세한 스토리가 있지는 않지만, 삼성이나 현대, LG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이라면 의무적으로 알아야 했을 이야기들이 간략하고 재미있게 나온다.

 

정주영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정주영은 일단 아무것도 없는 맨 손에서 불도적 정신으로 현대라는 일가를 일궈내어 스토리도 재미있다. 홀홀단신 도시로 올라와 맨 몸으로 부를 일구워 일찌감치 먹고살 걱정은 평생 하지 않아도 되는 부를 창출한다. 그러다 한번 말아 먹고, 또 벌고 또 말아먹고 등등을 반복하다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생을 좀 하긴 하지만 중공업과 건설, 조선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미국 아이젠하워 방한 직전 수주한 보일러 설치 공사, 고속도로 수주로 정부의 신임을 받기 시작하는 이야기, 도로가 뚫렸으니 차가 필요할거 같아 뚝딱 세운 현대자동차, 박정희의 의뢰를 받아 조선소를 세울 때의 기업자금 마련에 대한 신화 등등 정주영은 워낙에 위기와 성공의 격차가 큰 사람이라 이렇게 스펙타클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다 있구나, 감탄한다.

 

반면 이병철은 만석지기 대지주 아버지를 둔 철없는 막내아들이었다가, 스물 여섯 즈음 술 마시고 돌아온 날 밤 방에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불현득 정신을 차린다. 더 이상 그렇게 인생을 흥청망청 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아버지에게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시작한다. 구인회도 집에서 사업자금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이라 많이 받지도 못하고, 또 한번 땅을 보증잡힌 상태로 빚까지 져가며 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특히 박정희 정권 때 삼성이 피를 본 사건들이 재밌다. 박정희가 이병철을 하도 싫어해서 하려는 사업마다 퇴짜를 놓고 걸핏하면 검찰에 소환하고 세무조사를 해서 골머리 좀 썩긴 하지만, 박정희가 암살당해 국장을 치르는 날 이병철은 그에 대해 한편으로는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도 정권에 밉보이다보니 조금이라도 트집잡히는 게 싫어서 깨끗하게 기업운영을 하였고 덕분에 깨끗한 기업문화가 창조되었다고.

 

일찌감치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쥐었다는 건 세 창업주 모두 공통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를 또 젊은 시절에 한꺼번에 말아먹는 것도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시련이다. 가장 중요한 세 명의 공통점은 이들이 평범한 장사꾼의 그릇에서 벗어나 사회의 일자리와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가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결코 편하게 배불리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마흔의 나이에건 쉰 줄의 나이에건 끝까지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여러 방면으로 먹고 살 길을 만들어 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인생에 대한 계획과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열정없이 현재 일상에서 주어지는 사건들에 파묻혀 영혼없이 허덕이고 있다면, 이들이 가진 삶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느껴봄이 좋을 것이다. '경영의 신'은 경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의 기술을 언급하는 책이라기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주는 데 그만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