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7번방의 선물

gowooni1 2013. 2. 11. 13:44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똑똑한 일곱살 딸래미 예승이의 아빠는 여섯살 지능의 지적 장애자 용구. 주차요원으로 한 달에 70만원이 안되는 월급을 받아가며 둘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이들의 삶에 불행의 그늘이 드리웠다. 용구는 단지 예승이가 너무 갖고 싶어하는 세일러문 가방을 선물해주고 싶었을 뿐이었고, 이를 불쌍히 여긴 경찰청장의 딸래미가 가방파는 데를 알려준다해서 따라갔을 뿐인데 순식간에 경찰청장의 딸을 유괴, 강간, 살해한 파렴치범으로 몰려 버린 것.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교도소 7번방으로 들어갔지만 용구는 어쨌든 사정도 잘 모르고 들어온 셈이니 집에 있는 예승이가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고,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전전긍긍하며 날을 지새운다. 7번방에 수감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죄를 지어 들어온 사람들인데 처음엔 멋도 모르고 용구의 죄목을 듣고는 집단 구타 따돌림을 한다. 근데 가만히 지내다보니 이 여섯살 짜리 지능의 선한 용구가 정말 어린 애를 강간 살해한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는 거다. 꾸밈을 못하니 거짓말도 못하고 그래도 나름 선악의 기준은 잡혀 있어 다른 사람의 비위를 간혹 거스르긴 해도 선한 사람이니 옳다고 판단하는 행동만 한다. 어쩌다가 방장의 마음에 들기까지 해서 그는 왕년 조폭 두목답게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 큰소리 쳤는데, 용구의 단 한가지 소원은 오직 예승이를 보고 싶다는 거란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어찌 한 번 내뱉은 말을 못 지키랴'라는 포스를 폴폴 풍기는 이 방장은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예승이를 7번방으로 데려와야 했고 이를 위한 대내외적 치밀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교도소를 방문하는 성가대의 일원으로 예승이를 들여보낸 후 간식 상자에 이 조그마한 녀석을 집어넣어 용구가 있는 방으로 데려온다,는 계획은 이러구러 마침내 성공했다. 예승이와 용구는 7번방에서 기적적으로 상봉했고, 아무 사정도 모른채 생이별한 부녀는 눈물나는 재회를 하며 관객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린다. 여기서 관객은 슬슬 짐작한다. 음, 이 영화는 억지 감동 눈물을 짜내는 역할도 조금은 하겠군.

 

 

맞다. 왜냐면 그럴수밖에 없는게, 용구는 처음부터 사형수로 나오니 끝이 보이고, 그에게 죄가 없음을 아는 주변 사람들과 관객은 그것이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영화를 봐야하니 말이다. 슬픈 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밝고 명랑한 예승이와 바보 용구, 유머러스한 7번방 가족들의 캐릭터와, 어느덧 용구가 무죄임을 믿어버린 보안과장의 마지막 몸부림이 전부 슬프고 웃긴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오직 사람과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며 감동을 만들어내는 데 영화의 목적이 있는만큼 플롯의 전개나 스케일에 중점을 두지 말고, 마음을 탁 내려놓고 무리없이 즐기면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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