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내공에는 저자가 만든 신조어가 등장한다. [내공인]이 바로 그것인데, 아마 내공인이야말로 공병호가 추구하고 있는 궁극적 인간상이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하자면 내공인은 달인의 경지를 넘어 거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그 이전에 공병호가 10년 법칙이라는 책을 쓴 저자란 걸 감안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는 일전 10년 법칙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집중하여야 한다고 했다. 아마 그건 저자가 10년 법칙을 적용하여 어느 정도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 때 쓴 책일 것이다. 이제 그는 내공인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누구나 10년 법칙을 이용하여 전문가가 될 수는 있다. 누구나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조금만 노력과 인내를 하면' 달성 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10년 법칙을 이용하여 한 분야의 어깨에 오르고 나면 좌절한다.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명성을 떨친 사람들이 금방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만다. 그들에게는 전문가로서의 목표만 있었지, 그 이상으로서의 인생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다.
이제 그는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위해 내공인이 되라고 조언한다. 요즘처럼 인생이 길어진 시대에 궁극적 목표가 전문가여서는 나중에 할 일 없이 인생이 무료해질 것이다. 그보다 이제 달인의 초입에 막 이르렀으니 그 때 들 수 있는 생각, '이제 다른 것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을 버리고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가라고 한다. 달인에서 거장으로 가려는 사람, 가고 있는 사람, 이미 한 참 간 사람 모두 저자의 기준으로 봤을 때 내공인이다. 그러나, 내공인이라 해서 모두 같은 퀄리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10년 된 장인과 40년 된 거장이 다른 것처럼 그는 내공인에도 초급 내공인, 중급 내공인, 고급 내공인이 있다 말한다. 물론 그가 추구하는 것은 고급 내공인이다.
내공인은 그냥 한 분야를 꾸준하고 깊게 파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자신의 일에서 인격 수양과 인생 수련을 하여 성품과 영혼의 깊이를 다듬고 더욱 크고 거룩한 사람이 되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허풍이나 허세, 거만과 오만 같은 저급한 품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신이 자신에게 내린 사명이라 생각하고 늘 경건하고 신앙적인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하듯 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분야에 있는 한 사람이 권위의식에 젖어있고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깔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아마추어이지 대가라고 볼 수 없다.
조금 특이한 저자의 생각관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평가에 상관없이 나의 길을 가련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내공인 같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자신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어 생산해낸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을 때 자기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여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하는데 그 시기는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달인의 경지에 이르기 초입이라고 말한다. 너무 성급하게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끊임없는 성과를 창출해낼 수 없어 금방 세상에 잊혀지고 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설픈 전문가일때 마케팅은 금물이다. 그는 스스로 내공을 쌓아 세상이 원하는 것을 끝없이 제공할 수 있을때, 그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좋은 시기라 말한다. 어쩐지 여러모로 공감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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