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나의 토익 만점 수기

gowooni1 2012. 9. 2. 13:06

 

 

 

토익 만점이 아니라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취직하기 글렀다는 말과 같다.(뭐 사실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남들 보기 창피하지 않은 곳에 들어가서 남들에게 떳떳한 자세로 명함을 줄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쨌건 토익은 990 만점을 맞아야 했고, 주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590점이라는 치명적인 점수라서 호주로 떠난다. 가방에는 토익 실점 테스트 문제집을 잔뜩 챙기고 1년 동안 영어로만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생활할 각오를 하면서. 어찌하다 휘말린 마리화나 씨앗 운반 사건에 주인공은 바나나 농장으로 위장한 마리화나 재배 농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들키면 경찰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동양인 인질이 되어 준다는 구두계약까지 했다.

 

위장농장을 운영하며 매일 마리화나가 인도하는 명상의 세계로 아침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티끌없이 선하다는 느낌을 주는 농장주 스티브와, 아폴로 13호를 신봉하며 세계의 방사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땅굴속에 사는 그의 아내 요코, 이웃에 맛없는 바나나를 재배해 팔면서 스티브의 마리화나를 틈만나면 경찰에 알리려 벼르는 미국인 은퇴 부부, 그리고 한국에서 이주일을 닮은 예수를 믿는 아버지까지 그들이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이다. The kind of looser feeling으로 잔뜩 위축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희망은 있고, 세상의 기준으로 루저였어도 그들끼리 모이면 루저가 아니다. 루저였던 아버지는 요코를 만나 다시 자신의 신에 확신을 믿고 살아가고, 스티브는 화목한 가정 속에서 아내가 돌아와 기쁘고, 주인공은 결국 세상의 기준에 맞춰 위너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신문에서 읽은 수상자 당선 소감 중,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대목에서 더욱 흥미를 느꼈는데 과연 경험에서 나온 스토리인만큼 허무맹랑할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마냥 허무맹랑하지가 않다. 제법 두꺼운 책이 그렇게 가볍게 읽힐 수 있다는 것도 저자가 가진 힘이라면 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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