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한여름 밤의 꿈

gowooni1 2012. 7. 29. 11:00

 

 

 

아름다운 허미아는 집안 좋고 잘생긴 드미트리우스와 약혼했지만 그건 아버지 이지우스가 멋대로 결정한 거다. 그녀는 라이샌더를 사랑하고 그 역시 허미아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허미아는 아직까지 아버지의 소유물. 고로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라이샌더와 결혼할 수 없고, 아버지는 마지막 수단으로 테세우스 공작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한 후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다린다. 허미아는 드미트리우스와 결혼을 하던가 아니면 수녀원으로 보내지던가 죽음을 택하던가 밖에 할 수 없게 되는데 극단적인 상황은 늘 극단적 상황을 불러오는 법. 결국 연인들은 도망을 치기로 결심한다.

 

한편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허미아의 절친한 친구 헬레나는 이 사실을 알고 딱 한 번 친구를 배신하기로 한다. 헬레나는 그가 둘의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것을 직접 보게되면 허미아에 대한 마음이 사라질 거라고 착각했다. 사실을 알게 된 드미트리우스는 라이샌더와 허미아가 만나기로 한 오베론의 숲으로 쫓아가 그녀를 붙잡으려 하고 끝까지 허미아를 포기하지 못하는 드미트리우스 때문에 마음이 아픈 헬레나 역시 그를 쫓아 숲으로 들어간다. 도피 준비를 다 마치고 만난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일단 한숨 자고 출발하기로 하는데 아직 정숙한 여인이기를 원하는 허미아는 라이샌더에게 멀찌감치 떨어서 자라고 요청하고 그는 순순히 연인의 말을 듣는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아내 티타니아와 냉전 중인데 아내가 하도 속을 긁어놓자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왕의 기쁨조이자 장난꾸러기 요정 퍽한데 한숨자고 일어나 첫번째로 보이는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마법의 약을 티타니아의 눈에 바르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아까 자신의 숲에서 불쌍한 헬레나를 지켜보고는 드미트리우스의 눈에도 그 약을 발라주라고 한다. 오베론은 사랑의 주도권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고 고로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베론의 불찰. 그는 아테네 복장을 한 남성에게 약을 바르라고만 명했지 그 시각 그 숲에 아테네 복장을 한 남성이 두 명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숲을 돌아다니다 지친 퍽은 첫번째로 발견한 아테네 복장의 남자, 허미아와 멀리 떨어져 곤히 자고 있는 라이샌더의 눈에 약을 바르고 임무를 완수했다며 돌아간다.

 

티타니아 역시 눈에 약이 발린 상태에서 잠에서 깨는데 그녀가 첫번째로 본 상대는 망측하고 멍청한 나귀바틈. 사랑하는 나귀를 위해 요정의 여왕은 고급 여물을 구해오고 갈퀴를 다듬으며 사랑에 빠진다.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바틈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랑의 혜택을 마음껏 누린다.

 

드미트리우스를 찾아 숲을 돌아다니다 발치에서 자고 있는 라이샌더를 발견한 헬레나는 그를 깨우고 그는 당장 헬레나에게 사랑의 고백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자신이 임무를 잘못 완성한 줄 안 퍽은 드미트리우스에게도 약을 발라 헬레나에게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갑자기 두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 헬레나는 어안이 벙벙하고, 그건 허미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친구를 사랑하니 이제 헤어지자고 하는 상황도 어처구니 없는데 그렇게 자신을 쫓아다니던 드미트리우스마저 자기 보기를 벌레처럼 여기니 황당할 지경.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 헬레나는 자신이 하도 불쌍한 나머지 세 명이 작당하여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화를 내며 네 명의 관계는 뒤죽박죽 되어 버린다. 이 광경을 지켜본 오베론은 해독제를 발라 다시 연인들의 관계를 복구시키라고 명령한다.

 

셰익스피어가 1595-1596년 엘리자베스 말기 시대에 쓴 한여름 밤의 꿈은 그의 초기작에 속하지만 걸작에 유쾌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거의 같은 시기에 썼다는 점에서 비극과 희극의 감정을 넘나드는 작가적 탁월함에 놀라움을 주고, 다양한 캐릭터와 운문적 대사만으로 문학적 아름다움을 향유케 하면서도 뛰어난 서사성을 녹인 점에서 특유의 감수성과 감각을 마음껏 보여주는, 역시 셰익스피어 다운 작품이다. 언제 읽어도 한여름 밤 오베론의 숲에서 단 꿈을 꾸게 만드는 즐거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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