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재미로만 말하자면, 흥미롭고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사건을 만들고 풀어가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보다 좀 덜 하다. 조선 중기 훈구와 사림이 대립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파평 윤씨 외척이 왕성한 때, 아직 임진왜란이 오지 않아 경복궁이 멀쩡할 때 즈음 가상 왕을 세워놓고 시작한다. 어린 시절 스승을 통하여 남들 몰래 연서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온 왕 훤과 홍제학의 여식 연우. 훤과 연우는 미래를 기약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소중히 키우지만 세자빈으로 간택된 연우가 파평 윤씨의 음모로 시해된다. 사실 이렇게 죽어버리는 이야기는 애초에 없다. 성수청 최고의 명성을 날리던 장씨 도무녀의 신딸로 무녀의 신세가 되어 목숨을 부지한 연우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팔 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아픈 왕의 액받이 무녀라는 신분이 되어 궁으로 들어오고, 다시 연우가 아닌 월이 되어 훤과의 사랑에 빠진다. 과거에 뿌린 씨앗이 바탕이 되어 훤은 결국 월이 바로 시해된 세자빈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음모의 뿌리이자 왕권을 우습게 가지고 논 파평 윤씨 세력을 뿌리채 뽑아내 다시 연우를 중전으로 앉히겠다고 결심한다. 왕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제운, 박씨, 염, 민화공주, 설, 잔실, 장씨, 부왕, 양명군 등의 이야기들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성이 멋지게 활활 타오르고 해피엔딩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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