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난설헌

gowooni1 2012. 3. 23. 23:30

조선 중기를 살다 간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이야기. 함 들어오는 날부터 죽는날까지 13년간의 이야기이니 만 스물 여섯 해를 살아간 이 여인의 일대기라 하기엔 부족함이 좀 있다. 명종 때 태어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마음껏 서책을 읽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곱게 자란 소녀가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명문 안동 김씨 가문으로 시집을 간다. 말이 명문이지 요즘 세상이라면 명문 축에도 끼지 못할 천박한 인격 집합체 시댁에 들어가 남 시기하는 힘으로 살아가는 시어머니, 자기 공부보다 아내의 재능 질투에 더 급급한 남편과의 불화 속에서 꽃다운 천재 여시인은 천천히 시들어간다. 남편의 서방질 속에서 어렵게 나은 두 아이들은 낳자 마자 시어미한테 빼앗기지만 이내 하늘에 다시 빼앗기고, 난설헌은 더 이상 이승에서의 삶에 의미를 못두고 곡기를 끊는다.

 

 

 

 

스물 일곱 나이에 불행하게 죽은 초희지만, 어쩌면 반자살로 죽은 것이 다행이다. 그녀가 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여성들은 능욕당하기 일쑤였고 남편들은 전사하기 십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미덥지 않은 남편 김성립은 그녀가 죽은 해 겨우 과거급제를 하지만 그게 과거 보기 시작한지 거진 10년만의 일이었고, 그로부터 3년 후에 결국 전사를 하고 마는데 최문희의 난설헌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차라리 속이 후련하다. 작가 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고 싶었다고는 하는데 글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인의 눈물깊은 처량함을 고아한 처연함으로 승화시켰다는게 더 맞다. 그리고 그건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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