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이야기의 힘!

gowooni1 2012. 5. 14. 00:40

 

 

 

 

이야기에는 분명 힘이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로써 몇 천년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나라를 세울 때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정적으로 납득시키기 위한 건국 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같은 경우에도 대기업이나 세계적 기업이 한층 신격화 되려면 창업주의 고난과 역경이 극복된 이야기가 필요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한참 출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이야기에 논리적 합리성이나 과학적 합리주의는 전혀 필요치 않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건 약간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그래서 더 신비롭고 감정적으로 동요될 수 있는 동감과 어려웠기 때문에 더 깊은 이해다.

 

사람들은 날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가 녹아 있어야 하는데, 이천 오백년 전 아테네의 철학자가 시학이라는 이름으로 논한 이래 크게 그 요소의 핵심이 변한 게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단순한지도 모르겠다.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소비되면서도, 그리고 이야기의 장치가 결국 거기서 거기인데도 매번 사람들이 색깔만 다른 포장지로 감싸인 이야기를 보며 울고 웃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건,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적 장치를 다 안다고 자부해도 결국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애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의 힘'에서는 그런 핵심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초보 작가나, 보다 이야기를 깊게 즐기고 싶은 고급 독자를 겨냥했다. 스토리텔링 기법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이야기에 어떤 힘이 있는지 궁금해 손에 들었다가 금방 몰입해 한숨이 몰아 읽을 수 있는 책인걸 보면 이것이 비록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고는 해도 여기에도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의 요소가 녹아 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나 보여주면서 그 재미요소의 핵심을 콕콕 찝어주는 것이 굉장히 대중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어째서 이 부분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니 일종의 심리학 서적 같을 지경이다.

 

이야기는 결국 이거다. 평온하게 지내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삶의 균형을 잃었는데 자신의 심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삶의 균형이 깨지는 건 외부에서 닥치거나 주인공 내부에서 새로운 욕망이 생겨났기 때문이거나 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어떤 여정을 거쳐 다시 삶의 균형을 이루어나가는지 지켜보고 그 과정에 공감하며 울고 웃고 흥분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수동적일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다채로운 감정의 대리만족을 위해 이야기는 늘 소비된다. 대리만족이 바로 핵심이다. 만약 이야기의 주인공이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결국 주인공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렇고 평범한 사람이다, 재미없다, 라는 기분만 준다면 그 이야기는 실패다. 주인공은 일상의 독자와 다르게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목표로 한 바를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매력적인 주인공의 요소는 간단한가 하면서도 그렇지 않다.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위해 독자와 다른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하면서도 반드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가 있어야만 한다. 독자는 자신과 뭔가 다른 특별함을 간직한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그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나와 같아야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 싶은 특별한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특별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주인공이 너무 잘나서 목표로 한 바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 역시 재미없는 거다. 주인공만큼 잘난 안티고라스가 반드시 존재해서 주인공이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없게끔 계속 방해해야만 한다. 악의 세력이 강성하면 강성할수록 이야기의 골은 깊어지고,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산은 높다. 골 깊은 산을 정복했을 때의 희열감은 동네 뒷산 백 번 오르내린 것이 주는 것과 퀄리티가 다를 것이니, 반드시 안티는 주인공을 능가하는 파워를 가진 존재로서 처음 봤을 때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만큼 강대한 적으로서 등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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