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고 안락한 중산층 주부로서의 삶을 마다하고 유력한 일간지 현장 기자로서 착실히 경력을 쌓고 있는 샐리 굿차일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이 그렇듯 그녀도 결혼할 뻔했던 과거를 간직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해 양립하기 힘든 모험가적 기질의 여자다.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는 결혼보다 짧은 연애를 즐기며 지내왔다. 토니 홉스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소말리아 대홍수 현장에서 만난, 역시 유력한 일간지 기자 토니는 적십자 구조헬기 안에서 만난 샐리에게 추파를 던지고 둘은 곧장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샐리는 토니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지금 출산을 하지 않으면 영영 엄마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낳기로 결심을 하지만 결혼이라는 생활이 자신과 맞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런던 크로니클 지 본사에서 토니에게 편집장을 제시해오고,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던 토니 역시 데스크 업무가 자신에게 맞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샐리의 임신 소식을 듣는다. 그는 이번 임신과 편집장 발령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라는 운명의 계시라 여기며 그녀에게 청혼한다.
너무도 급작스러운 라이프 패턴의 변화에 두 사람은 겁을 먹으면서도 잘 해나갈 거라 스스로를 격려한다. 하지만 런던에서 시작한 삶은 처음부터 뭔가 삐그덕 거린다.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교외에 그럴싸한 집을 구하고 출산을 준비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 없지만 속으로 둘 사이는 곪아 간다. 샐리는 임신 중독증에 걸려 갖은 고생을 하는데 중책을 맡은 토니는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짧다. 토니는 거의 밤 늦게 들어오거나 술에 쩔어 들어오거나 하면서 샐리의 몸 상태에 대한 염려는 '자신이 아니면 수입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거의 하지 않는다. 게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토니는 자신의 문학적 야망을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며 정성들여 꾸민 서재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샐리의 히스테리는 정점에 도달해가고 둘 사이는 극도로 치닫는다.
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출산의 날짜는 다가오고 샐리는 드디어 아들을 낳지만 여기서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여전히 토니는 샐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샐리는 산후 우울증으로 정신병에 걸려가고 있다. 아들 잭의 이름을 멋대로 결정해 호적에 등재하는 등 토니의 제멋대로 행동은 끊이지 않지만 바가지 긁는 아내의 역할에 넌더리가 난 샐리는 몇 번 화해를 시도한다. 런던에 돌아온 후로 알수 없는 남자가 되어버린 토니의 마음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육아의 부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샐리의 히스테리 때문에 그녀는 자발적으로 정신병동에 입원을 한다. 병원에서는 그녀에게 총 육 주의 입원치료를 명한다.
그녀가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지자 토니는 다시 예전의 다정다감한 남편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매일 꼬박꼬박 병원에 들러 읽을거리와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한 시간 이상씩 머물다 간다. 샐리는 그런 남편의 행동 변화가 자신이 집에서 훼방을 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삐딱하게 생각하지만 모처럼 얻은 암묵적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 처음에 음식을 거부하면서 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샐리도 어느새 항우울제의 효과에 기운을 차리고 차츰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온다. 병원을 퇴원할 즈음 미국 보스턴에 있는 언니의 전남편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토니에게 알린다. 남편은 샐리에게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끊어주면서 어서 가 언니를 위로해주고 오라고 한다. 안그래도 빠듯한 재정상태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해 비싼 비행기티켓을 끊어주는 남편의 마음 씀씀이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샐리는 대서양을 건넌다.
일주일간 언니를 위로해주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샐리는 토니나 보모에게 연락이 되지 않음을 알고 미심쩍은 느낌을 받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사건이 터진 후였다. 아직도 한참 주택융자금을 부어야 할 집에는 아기와 토니의 흔적은 하나도 없이 오직 샐리의 물건들만 있다. 남편의 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토니는 이틀 전 회사를 사직하고 종적을 감췄다고 했다. 수십 번의 연락 후 겨우 연결된 보모를 통해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정황을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한다. 이제 샐리는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토니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은 정신력과 자금력으로 정황을 파악한 결과, 토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인이 있었으며 애인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감히 샐리가 맞설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의 오십대 여자였다. 모든 것을 가진 덱스터가 유일하게 가질 수 없었던 건 아기였는데, 마침 옛 연인의 아내가 정신병을 겪는데다 막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자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토니는 샐리가 미국에 있는 동안 변호사를 고용해 샐리의 정신병을 문제삼아 법정접근금지를 신청하고 그녀의 접근을 제한한다. 토니는 알고보니 샐리를 만나기 한달 전에도 덱스터와 연인관계였으며, 덱스터가 함께 런던으로 가서 살자고 제안했을 때 거절하자 차인 상태였다. 그 후 다시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런던에 돌아오자마자 둘은 예전의 관계로 돌아갔고, 토니는 일때문이라는 핑계로 덱스터와의 연애를 즐겼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샐리가 화가 나는 건 그들이 비인륜적인 행위로 자신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샐리가 다시 잭을 찾아오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았다. 정신병을 앓았던 그간 샐리에게는 극복하기 힘들지만 해야만 하는 하자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게다가 이런 불리한 상황을 안고 있는 샐리를 진심으로 위하며 나서주는 변호사를 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녀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말도 안되는 서비스에 엄청난 수임료를 부과하는 변호사에게 엄청난 돈을 뜯기고 심리에서 패소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방법은 무능하지만 수임료가 저렴한 변호사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샐리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무능해보이기만 한 변호사 한 명이 샐리의 주택융자금을 토니쪽에서 갚도록 한 일차적 방어를 해준 것이다. 이제 샐리에게는 같은 편이 생겼다. 말은 어눌하지만 확실한 책임감과 성실로 일처리를 하는 변호사 덕에 그녀는 토니와 덱스터의 많은 헛점을 밝혀낼 수 있었다. 샐리는 생각한다. 너희들이 내 아기를 그렇게 비열한 방식으로 빼앗아 가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인간적인 결함을 낱낱이 파헤치는 일은 없었을거야. 하지만 엄청난 부富력으로 무장한 덱스터와 토니 일당에게 이런 증거들로 승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빅 픽쳐'의 목소리와 '위험한 관계'의 목소리는 화자가 남자와 여자라는 상반된 차이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딱 더글라스 케네디식 목소리로 전개된다. 이 엄청난 분량의 스토리를 오직 한 사람의 입장에서, 거의 시간적 갭이 느껴지지 않는 연속적 사건들로 긴박감 넘치게 진행되는 것도 더글라스 케네디 식이다. 우울하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데, 독자가 업혀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완전히 몰입되어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긴장감을 끝까지 고수하는 케네디의 문장 연결능력은 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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