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나무가 한 번 싹을 틔우려면 땅 속에서 7년 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땅 위로 고개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단 2주 만에 수십 미터 훌쩍 넘어 자란다. 만약 대나무를 키우는 사람이 있고, 대나무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자라는 식물이라면 분명 세상에 번창하는 종은 아니었을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나무에게 물을 주다가 지쳐 나가떨어졌을 것이고, 대나무 역시 자신을 포기해버린 주인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채 땅 속에서 말라 비틀어 죽었을 것이다. 하루만 더 포기하지 않았더라도 살아났을 생명이 단지 끈기 부족으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번에 백지연이 들고 나온 크리티컬 매스는 과학적인 용어로 임계질량, 쉽게 말하자면 포화되기 직전의 상태를 말한다. (아니 포화된 상태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포화상태인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흘러넘치기 직전의 상태, 대나무로 말하자면 땅 속에서 고개를 들기 직전의 상태이다. 단 1퍼센트만 더 채우면 흘러넘칠 수 있고 조금만 더 채우면 폭발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이번에 백지연의 필이 꽂혀 세상에 번듯한 책의 제목으로까지 장식될 수 있던 단어는 바로 이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말고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가는 것,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해달라고 조르지 말고 세상이 내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쌓는 것, 그런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늘에서 침묵이나 하고 있을 것, 그렇게 꾸준히 내공을 쌓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폭발하도록 할 것, 그게 바로 백지연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자의 삶의 방식이다.
요즘 그녀가 바뀌었는지 아니면 내가 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는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감정보다 이성을 내세우고, 공인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무조건적으로 컨트롤하여 사람들에게 신뢰와 카리스마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그녀에서, 감성이 중요하고 눈물과 웃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기분을 나눌 줄 알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이 강해졌다. 내가 강하면 사람들이 절로 따라오므로 무조건 강한 나를 만들어야 해, 가 아니라 나 아닌 외부의 세계를 중심으로 하고 관심을 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함께 같은 걸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자, 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자기계발서를 쓰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잘난 사람들을 더 잘 나게 만들려는 그런 책이 아니라 평범하고 의지가 그저 그런 사람들조차도 그녀의 책을 읽으면 뭔가 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 방황하지 않은 채 보람차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예전 그녀의 책에서 발견하지 못한 점이고 그래서 이것 때문에 가장 그녀의 책 답지 않게 느껴지는 거다. 그녀가 나아가는 자아상의 종착역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파악할 수 있겠으나 지금은 과도기 같다. 만약 갑자기 너무 유해진 그녀의 책에서 거부감을 느낀다면 아직은 강하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것 같지 않은 그녀의 예전 이미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거야 뭐 그렇다 치고, 크리티컬 매스에는 역시 건질만한 메시지가 잔뜩 들어있다. 피플 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만난 수없이 많은 성공자들을 본 그녀의 혜안과 지혜가 녹아있으니 이거야말로 책의 좋은 점이다. 내가 직접 수 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도, 백지연이라는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라는 체로 걸러낸 깨달음이 있는 것이다. 크리티컬 매스는 함부로 채워지지 않는 임계질량이고, 만약 채워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폭발하기까지는 더 많은 질량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위해서 그녀가 말하는 것 중 가장 와닿는 것은 이 두 가지다. 첫째, 나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할 것, 둘째 나 스스로를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을 할 것. 진리는 단순하다고 했던가, 결국 인내를 말한다. 그리고 임계 질량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양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점에서 어찌보면 1만 시간을 채우라는 글래드웰 씨의 말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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