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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아도 괜찮아

gowooni1 2011. 6. 25. 15:58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사회적 관습을 존중해야 하는지는 참 풀기 힘든 과제이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지내야 하는 이상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 그러자고 자신의 생각은 고려하지도 않은채 무조건 그것을 따르자니 줏대를 잃기 십상이다. 사회적 관습이라는 것은 우리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세운 일종의 규칙이기 때문에 지키기만 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기분이 들 뿐더러,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되고 저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면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남들의 기준에 휘둘려버리면 악습까지도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답습하게 될 것이고 나와 맞지 않은 기준마저도 억지로 그 틀에 맞추려다가 개인 고유의 특성마저 잃고 말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 그것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쉽게 풀리지 않는다.

 

옛날의 미덕이 남들 앞에서 잘난척 하지 않고 얌전하게 윗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미덕은 남들 앞에서 자기 PR 잘하고 윗 사람들의 말이라도 옳지 않으면 지적할 줄 아는 능력이다. 하나의 미덕은 다른 시대와 공간 속에서 악덕이 되고 서로 다른 사회에서 선과 악은 뒤바뀐다. 유교가 국교였던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줄 알았던 것이 효孝라는 덕목으로 치환되어 최고의 본받을상으로 꼽혔지만 요즘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자기 앞가림 잘 못하고 밥그릇도 못 챙긴다고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한다. 그런 본인 역시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효녀상과 우울증이 모두 같은 행동의 결과라면, 어째서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에도 한 사람은 극찬을 받아 흐뭇해하고 다른 사람은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것일까? 그건 그가 속한 사회적 관습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지 어느 누구에게 판단을 당해야 하는 일이 될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관습을 존중하되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관습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깨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미안하다고 하면 모든 부담을 자기가 뒤집어 쓸거라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자신이 가해자인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습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고자 어깨 힘을 너무 넣으면 나는 너무 미안한데도 미안하다는 말이 안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요즘 세상에 가장 세뇌당하고 있는 개념은, 자기를 스스로 보호할 줄 아는 것과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라는 것이다. 나를 먼저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남들도 나를 만만하게 안보고, 나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도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이기주의로 흐르는 기미가 보이는데에도 모두 그것이 옳다고 외치고 있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지경이 와도 자기비하보다 나르시시즘이 멋지다고들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못난이로 치부된다. 자신을 조금 덜 사랑하는 대신 남들을 많이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세상,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착하게 살아도 괜찮아, 에서는 어깨 힘을 빼라고 말한다. 내 원래 모습이 이러한데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다가 본연의 모습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백번 손해보는 장사이다. 어깨를 부풀리고 남들에게 더 나를 크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마음 편히 살라고 강조한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해도 일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끝이다. 손해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손해 한 번 보고 말지 그게 뭐가 두려워, 하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이 더 강한 사람이다. 한 발짝 뺄 줄 알고, 손해를 볼 줄 알고, 과시욕을 버리고, 어수룩하게 보여도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 긍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남들 눈에 착해서 바보로 찍혀버릴진 몰라도 진정한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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