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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두 번째 이야기

gowooni1 2011. 7. 4. 00:38

 

 

 

 

요즘들어 유난히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는 가설 중 하나는, 천재는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천재가 하늘에서 내려준 인재로, 날 때부터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에 범인들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과 대립한다. 그리고 천재가 되고픈 수많은 범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그 이론은 이제 하나의 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천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물론 마음을 먹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천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세상엔 여전히 극소수의 천재만이 남게 될 것 같긴 하다.

 

천재가 되고픈 범재들은 천재가 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정복해 나간다. 말콤 글래드웰은 천재와 범재의 차이는 시간이라고 하며 적어도 한 분야에서 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농문 교수는 몰입을 하면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몰입은 보통의 몰입이 아니다. 1분 1초도 헛된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해결하리라 선택한 문제에 대해서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몰입은 질도 질이지만 양도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삼매지경에 비슷한 상태를 몇날 며칠이고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 그것이 황교수가 말하는 천재가 되기 위한 몰입이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글래드웰이 주장한 양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과도 어느 정도 상통한다.

 

몰입 1편이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주였다면 몰입 2편은 그가 오래토록 생각해온 몰입이라는 것을 체계화 하고 이론으로 정립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1편은 연구원으로서 7년간 최상의 몰입 상태를 경험한 황교수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를 말하고 싶어서 쓰여진 책이라서 경험담과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2편은 교수이자 몰입의 저자로서 살아온 그가 사람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몰입의 경지로 안내하기 위해 수많은 강의와 조언을 해주면서 몰입 상태를 뇌과학적으로 접근해 상태를 규명하고 더욱 체계화한 결과물이다. 그가 재료공학을 전공으로 삼는 교수라서 몰입의 상태를 전공 용어를 사용해 설명한 것도 흥미롭고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생긴다.

 

진정한 몰입의 경지는 이 세상에 나와 그 문제만이 존재하고 그 나머지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상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의식의 엔트로피는 매우 낮아진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그러니까 가만히 놔두면 점점 더 무질서의 상태로 변하도록 창조되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의식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 상태의 돌을 그대로 놔두면 풍식과 침식 작용을 받아 돌멩이가 되고 모래가 될 뿐이지만 인간은 그것을 조각해 예술로 만들 수 있고 건물을 짓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고의적으로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는 것이 엔트로피 상태를 낮추는 것인데, 이를 몰입에 적용해도 의미가 통한다. 인간의 의식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차 극히 짧은 시간에도 수십가지를 한꺼번에 연상할 수 있는데 이는 의식의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하지만 어떤 하나의 문제를 선택해 그것에 의식을 집중하고 다른 생각은 무시할 수 있다면 고의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춘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엔트로피가 낮아진 상태, 즉 몰입의 상태가 된다.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슬로우 씽킹이다. 천천히 생각하기 정도가 되겠는데 그 방법을 터득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한가지 문제에 몰두 할 수 있단다. 몰입의 상태가 어느 정도 명상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이때 뇌파가 느려지는 알파파가 나오는데 천천히 생각을 하면 의도적으로 뇌파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쉽게 피로해지지도 않고 끊임없이 문제에 관한 아이디어가 도출되면서 해결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렇게 자신감으로 충만해져 있으면 결과야 어떻더라도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어 인생이 풍요로워지며, 배고픈 사람이 음식타령을 모르듯 행복에 대한 갈망도 낮아져 더욱 크고 보람찬 일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최후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행복이라는 상태조차 진정으로 의미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그건 몰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쯤되면 대체 그렇게까지 황홀한 경지가 어떤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