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Korea/전라도Jeolla

해남, 땅끝.

gowooni1 2011. 6. 12. 01:28

"사실 해남은 내게 있어 조금 특별하지."

"왜?"

"일전에, 그러니까 약 7년 전 쯤에 내가 남도 일주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었나?"

"음,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때는 학생이라 돈이 없었거든. 그런데 여행을 미친듯 가고싶은 거야. 그래서 밤기차를 타고 여수로 내려갔었지. 새벽에 떨어져서 잘 곳도 없고 근처 피씨방에 들어가서 밤이 새기를 기다렸어. 그게 남도여행의 시점이었는데, 여수에서 고흥을 찍고, 고흥에서 강진을 찍고, 강진에서 넘어온 게 바로 해남이었단 말씀."

"뭐 타고 다녔는데? 버스로?"

"그렇지. 정말 8월의 땡볕에 엄청난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

"해남이 여행의 마지막 코스라 특별했다는 말이네."

"아, 그건 아니고, 해남에 도착하니 딱히 볼 것은 없고, 보길도에 한 번 넘어가보고 싶었어. 그런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딱 집에 올라올 버스비밖에 남지 않은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그대로 집에 올라왔는데 그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니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더라고. 어제 올라오면서 보았던 나주평야가 물에 잠겨서 티브이에 나오는데, 만약 내가 돈이 조금 여유있어 보길도로 들어갔더라면 꼼짝없이 그 섬에 며칠은 갇혀 있어야 했을 거 아니야. 아, 돈이 다 떨어진 것은 하늘의 계시였구나, 하고 생각했지 뭐."

"다행이네."

끄덕.

"그러면 보길도에 가보고 싶었는데 못가본지도 7년이나 된 셈이네?"

"그렇게 되는구나."

"아직도 가보고 싶어?"

"응. 그런데 조금 망설여지는 것도 있어."

"왜, 뭐가?"

"그렇게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긴 한데, 막상 내가 고산 윤선도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예쁘다고 해서 들어가보고 싶은 것뿐인데, 막상 가서 보았다가 실망할거라면 차라리 '한 번 쯤 가보고 싶은 그리운 곳'으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거고."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또 아직도 가보고 싶은데 안 가는 것도 아깝잖아."

"그렇긴 해."

"그러면 가보자. 우리가 언제 이 멀리에 또 오겠어. 안그래?"

"그런가."

"그렇다니까. 망설일 게 뭐가 있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7년 아니면 그 이후에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죽을때까지 갈 일 안 생길지도 몰라. 물론 마음만 먹으면 올 수야 있겠지만 딱히 그런 일이 생길것 같지는 않고."

"역시 그런가?"

"그래.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 가는거야."

"그럼, 그럴까."

 

 

 

 

 

 

따지고 보니 7년이 아니라 8년 전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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